[김의향의 스타일 아이콘 <24>] 마이클 잭슨, 킹 오브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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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금지된 규칙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것을 기어코 부수어 낼 것이다." 1988년 출간된 자서전 '문워크'에 마이클 잭슨(MJ)이 남긴 말이다. 잭슨 스타일을 완성하는 아이코닉 디테일은 철저히 계산된 비주얼 장치이자,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판타지였다.
"그는 내게 어느 시대의 미술을 가장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16세기 르네상스라고 답하자, 잭슨은 눈을 빛내며 '그래서 우리가 통하는 거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로크를 사랑했고, 바흐와 비발디,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양식을 패션과 음악에 완벽히 결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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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금지된 규칙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것을 기어코 부수어 낼 것이다.” 1988년 출간된 자서전 ‘문워크’에 마이클 잭슨(MJ)이 남긴 말이다. 그의 패션 인생을 함축하는 문장이자, 스타일 철학을 보여주는 선언이다. 그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규칙을 뒤집었고, 남성복과 여성복, 군복과 무대의상, 역사와 판타지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잭슨에게 패션은 옷을 잘 입는 기술이 아니라, 누구도 본 적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한 창작 행위였다.
최근 개봉된 전기 영화 ‘마이클’은 전 세계 스크린과 패션 아카이브를 관통하며 다시 한번 거대한 ‘MJ 신드롬’을 일으켰다. 영화관 조명이 어두워지고 비트와 함께 익숙한 실루엣이 드러난다. 검은 페도라 아래로 기울어진 얼굴, 날카롭게 솟은 어깨, 발목 위에서 짧게 멈춘 바지와 새하얀 양말 그리고 바닥을 미끄러지듯 가르는 페니 로퍼(Penny Loafers·동전을 끼울 수 있는 작은 절개선이 특징인 끈 없는 구두). 이 장면을 보며 심장이 진동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순간 영화 ‘마이클’이 제작 과정에서 남긴 수많은 잡음은 잊히고, 오로지 잭슨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전율과 함께 깨닫게 된다. 잭슨은 단지 한 명의 팝스타가 아니라, 음악과 춤, 패션을 하나의 완전한 이미지로 결합한, 시공간을 초월한 거대하고 불가사의한 ‘미학적 세계관’이었음을! 앞으로 인류사에 그와 같은 스타가 존재할 수 있을까?
잭슨 스타일을 완성하는 아이코닉 디테일은 철저히 계산된 비주얼 장치이자,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판타지였다. 1983년 모타운 25주년 무대에서 잭슨은 전설적인 패션 신을 남겼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한 짝의 화이트 글러브와 크롭 팬츠 아래로 과감하게 드러난 화이트 삭스 그리고 블랙 페니 로퍼의 매치! 어둠 속에서도 그의 찬란한 스텝을 잔상으로 남기는 이 비주얼 장치는 패션의 금기를 깨부순 가장 클래식한 코드가 됐다.
1980년대 스타일의 정점인 ‘스릴러(Thriller)’의 레드 가죽 재킷과 ‘배드(Bad)’ 의 메탈릭 버클 룩은 스트리트 쿠튀르의 시초였다. 가죽 위에 더해진 비대칭 실루엣과 메탈릭 디테일은 그를 무대 위의 전사이자, 영원한 아이콘으로 각인시켰다. 이후 1990년대의 잭슨은 패션계의 첨단 비주얼리스트와 일회성 실험을 이어갔다. 영국 ‘보그’ 패션 디렉터 베네티아 스콧이 연출한 ‘기브 인 투 미(Give In to Me)’의 매끈한 로큰롤 스타일, 데이비드 브래드쇼가 스타일링한 ‘스크림(Scream)’ 속 앤 드멀미스터의 전위적인 의상 등이 유명한 패션 신이다.
또한 잭슨의 시그니처인 장엄한 밀리터리 재킷과 황제의 예복은 그가 깊게 매료됐던 역사에 대한 오마주였다. “사람은 바로 이런 장신구에 이끌리는 법이다”라고 말한 나폴레옹의 어록에 매료된 잭슨은 유럽 투어 때마다 고성과 박물관을 찾아 왕과 여왕의 초상화를 감상했다.
헨리 8세 초상화의 깃과 조끼에 꿰매어진 진주 장식에 영감받아 탄생한 스타일이 1993년 그래미 시상식의 ‘펄 재킷’이다.

그의 생애 마지막 몇 년간 전담 스타일리스트이자, 내밀한 영혼의 교감을 나눈 스타일리스트 루슈카 버그먼은 영국 ‘보그’와 인터뷰에서 그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내게 어느 시대의 미술을 가장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16세기 르네상스라고 답하자, 잭슨은 눈을 빛내며 ‘그래서 우리가 통하는 거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로크를 사랑했고, 바흐와 비발디,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양식을 패션과 음악에 완벽히 결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2007년 ‘루오모 보그(L’Uomo Vogue)’ 화보를 기점으로 잭슨의 전속 스타일리스트가 된 그녀는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방가르드 룩을 주문 제작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잭슨은 존 갈리아노에게 직접 연락해 맞춤형 나폴레옹 재킷을 부탁하기도 했다. 파고다형 어깨선의 발망(Balmain) 재킷은 다큐멘터리 ‘디스 이즈 잇(This Is It)’에서 그의 상징이 되었고, 톰 포드의 날렵한 테일러링, 디올 옴므의 소년미 넘치는 실루엣, 리카르도 티시가 완성한 지방시의 금빛 의상이 그의 패션 아카이브를 빛냈다.
잭슨 스타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와 성별, 인종을 단번에 규정하기 어려운 이미지로 변화했다. 백반증이라는 신체적 고통과 사춘기 시절부터 이어진 언론의 감시 속에서 그는 메이크업과 섬세한 스타일링을 통해 나이를 가늠할 수 없고, 성별의 경계를 벗어나며, 인종적으로도 모호한 이미지를 창조해 갔다.
오늘날 패션계가 젠더리스(genderless· 성의 경계가 없는 스타일)와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를 탐험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잭슨 스타일은 시대를 수십 년 앞서 있었다.
영화 ‘마이클’의 잭슨은 조금도 과거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다시 차트를 오르고, 그의 춤은 새로운 세대의 몸을 통해 반복되며, 그의 옷은 여전히 디자이너와 퍼포머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역사, 예술과 판타지를 사랑했던 그는 이제 모두의 영원한 전설이자, 예술적 뮤즈, 판타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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