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만 기대는 심판, 장내 아나운서로 전락할 건가…명백한 아웃인데 “세이프”

김은진 기자 2026. 6. 2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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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독 기회 없어 정심이 된 ‘오심’
비디오·ABS 도입 후 비난 사라지자
정확한 판정 위해 노력도 안 해
오심 횟수 공개하는 MLB와 달리
면죄부 같은 보호장치도 역효과
27일 잠실 두산과 KIA 경기에서 홈으로 슬라이딩 하는 두산 전다민의 오른쪽 어깨를 KIA 포수 한준수가 태그하고 있다. 전다민의 오른손이 홈플레이트에 닿기 전이며, 바로 앞에서 주심이 지켜보고 있다. 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지난 27일 잠실구장에서 KIA는 두산에 1-8로 졌다. 1-1로 맞서던 8회말 7실점 했다. 셋업맨 정해영이 등판해 0.1이닝밖에 못 막은 이 8회말 놀라운 오심이 나왔다.

정해영이 1점을 줘 2-1로 두산이 앞선 1사 1·2루에서 두산 박지훈의 좌전안타 때 3루의 고토 코치가 계속 팔을 돌렸고 2루의 대주자 전다민이 홈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KIA 좌익수 박정우가 포구해 홈으로 정확하게 직송구했고, 홈 앞에서 포구한 포수 한준수는 슬라이딩하며 뻗던 전다민의 오른쪽 어깨를 태그했다. 전다민의 손이 홈플레이트에 못 미쳤을 때였다. 여유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가장 정확하게 지켜봤을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타이밍상으로도 아웃이었고, 한준수가 아웃을 주장하는 동안 주자 전다민이 혹시 모른다는 듯 굳이 홈으로 돌아가서 발로 찍고 들어가는 장면도 있었다.

KIA는 앞서 비디오 판독을 두 차례 신청했다. 0-1로 뒤지던 7회말 2사후 두산 류승민의 내야 안타 때 1루 세이프 판정, 1-1로 맞선 8회초 2사 1·2루 KIA 박재현의 내야 땅볼 때 1루 아웃 판정에 대해 신청했다. 둘 다 번복되지 않아 신청 기회 2회가 모두 소멸됐다. 그 직후인 8회말 너무 명백한 오심이 나왔다. KIA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었다. 2-1의 2사 2·3루가 됐어야 할 경기는 3-1의 1사 2·3루인 채 그대로 진행됐고, 정해영이 볼넷으로 만루까지 채우자 KIA는 투수를 교체했다. KIA는 이후 5점을 더 내주고 이닝을 마쳐 1-8로 졌다.

다른 각도에서 봐도 더 명확히 아웃이다. 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1점 차 승부가 순식간에 7점 차 승부로 둔갑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그중 주심의 오심은 대단히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점수 차, 아웃카운트, 주자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작전도, 불펜 운용도 천차만별이다. 홈에서 아웃으로 판정했더라도 두산이 이겼으리라는 결과론적인 추측은 팬들에게나 허용된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나오면 안 되는 핑계다. 이 명백한 오심이 경기 흐름을 바꿔버렸지만 아무 일 없이 지나가고 있다.

심판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 조건은 공정성과 정확성이다. KBO리그는 한때 심판 재량에 의한 비디오 판독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심판들이 공정하게 활용하지 못해 논란이 일자 폐지됐다. 주심이 스트라이크·볼을 선언하던 과거에는 허구한 날, 때로는 과도하게 비난 세례를 받았던 심판들은 ABS가 도입되면서 매우 자유로워졌다. 공교롭게도 누상에서 벌어지던 각종 판정 시비도 전에 비해 줄었다. KBO가 설치한 심판 보호장치가 매우 많아졌기 때문이다.

공정성의 대명사여야 할 심판에 대한 불신은 KBO가 가장 두려워하는 악재다. KBO는 어떤 큰 판정 논란이 생기면 해당 시즌 뒤 즉각 관련 규정을 보강하기를 거의 매년 반복하고 있다. 한동안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자 판독실과 심판진을 아예 분리하기도 했다. 이제 심판은 판독실에서 받은 결과를 전달만 할 뿐 결과와는 아무 관계 없는 ‘메신저’가 됐다. 자신의 원심이 오심이었음이 밝혀져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KBO가 내부에서 시행한다는 감봉 등의 제재는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ABS와 비디오 판독 시대, 오히려 더 정확히 판정하기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하는 이들은 바로 심판이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야구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ABS를 비디오판독처럼 신청 시에만 적용하면서도 정심과 오심 여부, 누적 횟수까지 관중에게 전면 공개한다. 더 똑바로 보라는 뜻, 미국 심판들은 정말 죽을 맛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다. 기계가 심판들을 해방시켜줬다.

야구에서 주심의 가장 고유한 영역이 스트라이크·볼 판정이었다. 가장 머리 아픈 업무를 ABS에게 내준 주심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홈에서 세이프·아웃 여부조차 틀리게 보는 주심은 있어서는 안 된다. 3루 코치가 주자 엉덩이를 토닥인 것을 두고 ‘도움 줬으니 아웃’이라고 엄격하게 판정(6월 7일 창원 NC-LG전)하는 리그의 심판들은 자신의 판정에도 엄격해야 한다.

오심도 ‘사람이니 할 수 있는 실수’의 수준이어야 이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KBO리그 룰대로라면, 수준 이하의 오심이 나와도 비디오판독권 없는 팀이 불리할 경우에는 그냥 ‘정심’이 된다. 기대할수 있는 것은 사실상 심판 본인의 양심선언뿐이다. 과거에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순간 잘못 판정해 스스로 정정한 베테랑 심판도 있었다. 그러나 공격적인 환경 속에서 이미 보호장치로 둘러싸인 지금 심판들에게는 그런 양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디오 판독 신청권을 다 쓴 팀은 수준 이하의 오심으로 경기를 망쳐도 되는 것일까.

허구연 총재의 KBO는 ABS의 선구자임을 자랑스러워하지만, 야구의 선구자인 메이저리그가 더 늦게 도입한 이유와 다른 방식을 쓰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KBO리그가 비디오판독과 ABS를 도입한 뒤 그라운드에서 가장 발전하기 어려워진 이들이 심판이다. 심판들을 보호만 할 게 아니라 기계에 지지 않고자 더 노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ABS와 비디오판독이 심판들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 mulderous@kyunghyang.com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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