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헛발질 13년, 예견된 월드컵 광탈

허윤수 2026. 6. 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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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 절차 무시하고 감독 선임에 '입김'
정해성·이임생·홍명보 고대 라인 득세
승부조작 사면 시도 '내 편 감싸기'까지
무원칙·불공정에 축구팬 신뢰·관심 뚝
손흥민·이강인 황금세대 품고도 참패
李대통령 "무능한 지휘관 결과는 뻔해"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사흘간 이어진 ‘희망 고문’의 끝은 치욕스러운 탈락이었다. 대한민국이 그토록 자랑한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의 ‘황금세대’였기에 더 초라해 보인다.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가 굴린 작은 스노우볼(눈덩이)이 집채만큼 커져 한국 축구를 덮쳤다.

정몽규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 3위간 경쟁서 10위…씁쓸한 퇴장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 결과 토너먼트 첫 번째 관문인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1승 2패로 A조 3위인 한국(승점 3)은 각 조 3위 간의 경쟁에서 10위에 머물렀다. 8위까지 주어지는 32강 티켓을 잡지 못한 대표팀은 씁쓸하게 짐을 쌌다.

예견된 실패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많은 국민은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바라지 않는 이들까지 있었다. 그 배경엔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축구협회를 향한 강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그의 체제 하에서 한국 축구는 수년간 잡음을 일으켰다. 어느새 24년 전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4강 신화를 이뤘던 2002 한일 월드컵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정몽준 회장이 이끌었던 축구협회는 현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기술위원회에 온전히 힘을 실었다. 기술위원회도 거스 히딩크 감독을 선임한 뒤 연달아 0-5로 패하며 ‘오대영’이란 조롱을 받을 때도 감독의 방패막이가 됐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는 전력강화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긴커녕 감독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2023년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이 최종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는 등 절차적 허점이 있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임시 소방수 역할을 했던 황선홍 23세 이하(U-23) 감독은 정작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하며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흑역사’를 남겼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고대 라인’이 좌지우지…수년간 잡음

눈덩이는 계속 구르며 점점 커졌다. 2024년 7월 당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불거졌다. 정몽규 회장은 외국인 후보를 만나보라고 제안했으나, 이미 자신이 주도했던 클린스만 감독의 실패로 힘을 잃은 뒤였다.

이임생 전 기술이사는 홍 감독 선임 당시 구체적인 연봉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제 한국 감독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황금세대’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엔 전술적 역량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그러자, 이른바 ‘고대 라인’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젠 축구협회에 ‘고대 라인’이 거의 사라졌지만, 오랜 시간 존속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홍 감독이 선임되자 정몽규 회장부터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이임생 전 기술이사, 홍 감독까지 모두 고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23년 3월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비리 축구인 사면 시도 후 새 이사진을 발표할 때도 정해성, 이임생 등 25명의 이사진 중 6명이 고대 출신으로 채워진 적 있다. 이후 고대 라인을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출신 인사를 최소화하는 변화를 택했으나 이미 팬들의 뇌리에 자리잡은 학연 프레임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여기에 축구협회는 스스로 부정적인 이슈를 양산하며 팬들의 신뢰를 더 떨어뜨렸다.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비리 축구인 사면 시도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성과를 앞세우며 많은 지탄을 받았다. 당시 정몽규 회장은 “취지가 어떻든 간에 옳지 못한 결정이었다”며 사과했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역전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끈 오현규가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李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뻔해”

홍 감독 선임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 때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홍 감독 등이 함께 국정감사까지 불려 나가며 축구협회와 현재 대표팀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웠다. 이듬해 11월에는 문체부로부터 중징계 요구를 받으며 대표팀을 향한 응원 열기는 자취를 감췄다.

결국 대표팀의 홈 경기에서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을 향한 야유가 나오는 등 팬들이 등을 돌렸고, 월드컵을 앞두고는 매진 행진을 하던 A매치 관중석도 텅텅 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몽규 회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2주여 앞두고 “월드컵 이후 사퇴”를 발표했다. 맹렬히 대회를 준비하던 선수단에 좋은 영향을 줬을리 만무하다. 4선을 통해 무려 13년간 축구협회를 장기 집권해온 정몽규 체제는 결국 대한민국 축구사에 ‘참담한 실패’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X에 “국민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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