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도 넘지 못한 홍명보호, 변명 없는 ‘실패’
황금세대 앞세우고도 졸전, 선수 장점 살리지 못했다
남아공 감독도 “예상대로”, 홍명보호 전술 완패 자인
아시안컵까지 계약 남았지만, 유지할 명분 존재하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치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A조에서 1승2패, 승점 3점에 그치며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부터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고, 조 3위 중 상위 8개 팀까지 32강에 오르는 길이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뼈아픈 결과다. 32개국이 경쟁한 예전 대회 기준으로 따지면 본선 진출도 해내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인 처참한 성적이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2득점에 그친 한국은 가장 중요했던 최종전에서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확장된 월드컵에서도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한 현실은 한국 축구가 마주한 냉정한 민낯이었다.
■ 시작부터 흔들린 대표팀, 예고된 불안=이미 대표팀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불안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감독 선임 과정이었다. 홍명보 감독 체제는 출발부터 여론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절차적 논란은 대회 전부터 대표팀을 따라다녔고, 성적이 흔들리자 그 불신은 곧바로 폭발했다.
■ 이해 불가한 선수 활용, 장점 지우고 약점만 키워=이번 대표팀은 ‘역대급 황금세대’라는 기대 속에 월드컵에 나섰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한국 축구가 어느 때보다 경쟁력 있는 선수단을 꾸렸다는 평가가 나올 만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의 장점을 하나의 팀 구조 안에 녹여내지 못했다. 오히려 선수 특성과 맞지 않는 역할 부여가 반복되며 장점은 흐려지고 약점만 커졌다. 수비 밸런스와 활동량에 강점이 있는 설영우를 전방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올려 사실상 공격수처럼 활용했고, 인버티드적인 움직임에 강점을 보이는 이태석을 직선적인 윙백처럼 쓰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운영이 이어졌다. 공격에서는 이강인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상대가 한국의 장점을 분석하고 나왔을 때 이를 깨뜨릴 두 번째 계획도 보이지 않았다. 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이 예상한 그대로 나왔다”며 “자신들의 전술이 더 나았다”고 자평했다.
■ 감독 책임론 피할 수 없다=홍명보 감독은 이번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감독은 대표팀의 방향을 정하고, 선수단을 구성하며, 경기 중 변화를 만든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작은 선택 하나가 결과를 가른다. 선발 명단, 교체 타이밍, 경기 운영, 선수들의 심리 관리까지 모두 감독의 영역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선수 활용 방식, 공격 조합, 중원 구성 등 모두 논란을 남겼다. 더 큰 문제는 홍명보호가 대회 내내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월드컵 A조는 한국이 역대 월드컵에서 받아든 조 편성 가운데 가장 수월한 조로 평가받을 만했다. 하지만 홍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운영이 겹치며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였다. 감독 책임론은 이미 팬 여론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선임 과정에서 쌓인 불신이 성적 부진과 맞물리며 폭발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악의 대표팀이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이제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쇄신=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을 실패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감독 선임 과정부터 선수 구성, 전술 준비, 세대교체, 협회 행정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다. 시간을 더 주는 것이 대표팀 재정비로 이어질지, 아니면 불신만 안은 채 또 다른 대회를 맞는 일이 될지는 대한축구협회의 판단에 달렸다.
이동수기자 messi@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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