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6·25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 후손들, 격전지 춘천서 평화의 합창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28일 강원 춘천시의 한 교회에서는 한국을 지킨 영웅의 후손들이 멀리서 찾아와 뜻깊은 공연을 펼쳤다.
무대의 주인공은 6·25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인 '강뉴부대'의 손자녀 34명으로 구성된 강뉴합창단이다.
이들은 에티오피아 참전 75주년, 참전용사 후원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할아버지가 목숨을 바쳐 지켜낸 한국을 찾았다.
특히 춘천은 강뉴부대 제1진이 1951년 여름 처음 투입된 중부 전선으로 단원들에게는 뜻깊은 곳이다.
합창단은 이날 '에델바이스' , '고향의 봄' 등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부터 시작해 아프리카 전통춤과 오 해피데이 등 흥겨운 공연으로 객석을 채운 시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한복으로 갈아입은 단원들이 부채춤을 추며 '홀로 아리랑' 을 불러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낸 대한민국을 기억하고, 노래로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아이들은 '기억과 감사', '만남과 교감', '화합과 희망'을 공연에 담아 진심을 전했다.
이날 공연에는 강뉴부대 출신 참전용사 테스파예 아스마마우(95)씨도 참석했다. 그는 1953년 4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한반도에 파병됐던 참전용사다.
그는 "70년 전에는 한국이 온통 발이 빠지는 흙밭이었는데 70년 동안 너무 변해있어 신기하고, 발전한 이 땅을 다시 찾게 돼 너무 기쁘다"며 "우리를 기억하고 합창단을 초청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날 즈음 온정을 모아 이들을 후원했다.
한국 체류 기간 중 모인 성금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어린이들의 심장병 수술비 등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신광철 한국전쟁참전국기념사업회장은 "전쟁 당시 아무것도 없었던 한국이 지금 얼마나 번영하게 됐는지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들이 부르는 평화와 번영의 노래가 두 나라에 화합과 희망을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뉴합창단은 내달 말까지 서울과 대전, 고양, 수원, 부산 등을 돌며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해준 나라다.
1951년 5월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까지 총 3천518명을 보냈다.
이들은 전쟁 기간 최전방 중부 전선에서 253전 253승이라는 전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다쳤으나 단 한 명의 포로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 공산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친미 성향의 한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반역자로 몰려 곤궁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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