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미국 간 사람' 손흥민, 미국 땅 밟지도 못했다...LA행도, 32강도 물거품, 허망한 4번째 월드컵 끝

[포포투=김아인]
손흥민은 '그냥 미국 간 사람'이 되어 버렸다. LAFC로 이적했지만, 4번째 월드컵이 미국 땅은 밟아보지도 못한 채 잔혹하게 막을 내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국가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에 위치한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직행할 수 있었던 한국은 전력상 한 수 아래인 상대에게 덜미를 잡히며 조 3위(승점 3점)로 추락했다.
이후 사흘간 타국의 결과만을 바라보는 잔인한 ‘희망고문’이 이어졌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는 각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팀에도 32강 막차 티켓이 주어졌다. 한국은 복잡한 경우의 수 9가지 중 딱 3가지만 성립해도 생존할 수 있어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으나, 하늘은 한국을 돕지 않았다.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잡아준 시나리오를 제외하고 나머지 8개의 경우의 수가 연달아 소멸하며 한국은 조 3위 그룹 9위 이하로 밀려났다.
결국 대회 최종 성적 34위라는 사상 초유의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한국이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이자, 과거 32개국 참가 체제였다면 본선 무대 조 추첨조차 받지 못했을 굴욕적인 순위다.

손흥민의 4번째 월드컵도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체코, 멕시코 상대로 선발 출전했던 손흥민은 각각 68분, 57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소화하며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손흥민 기용법에 대해 의문이 끊이지 않았고, 남아공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벤치로 내리는 초강수를 택했다. “상대가 전반에 힘이 있을 때보다는 힘이 빠졌을 때, 45분을 마치고 공간이 생겼을 때 넣는 게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게 홍명보 감독의 선택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이 모험은 최악의 패착으로 돌아갔다. 한국은 후반에 들어간 손흥민도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남아공에 0-1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체코, 멕시코전과 비교해 완전한 '졸전'이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경기 후 “전반에 손흥민 없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후반에 손흥민이 들어갔을 때는 이미 상대가 자신감을 얻은 상태라 흐름을 우리 쪽으로 돌리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라고 분노했다.
손흥민에게 이번 월드컵 조기 탈락은 그 누구보다 뼈아프다. 지난해 8월, 토트넘을 떠나 미국 MLS의 LAFC로 전격 이적할 당시 그는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오직 월드컵 때문이다. 내년 월드컵이 미국에서 열리기에 이 리그를 직접 느끼고 도시의 축구 열기를 경험하고 싶었다. 최고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해 국제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라며 강한 포부를 전했다. 소속팀에서 북중미 챔피언스컵을 치르며 멕시코 무대와 고지대 적응까지 철저하게 마쳤다.

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대한민국은 조별리그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2경기, 몬테레이에서 1경기를 배정받았다. 한국이 A조 2위로만 올라갔다면, 32강전은 LA 스타디움에서 열려 수많은 한인 교민들의 안방 같은 응원을 등에 업고 사실상 홈경기에 가까운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3경기 단 승점 3점에 그치며 미국 국경선조차 넘지 못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커리어 역사상 가장 무기력하고 최악인 월드컵 엔딩을 맞이했다.
어느덧 서른넷이 된 손흥민은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아닐 것임을 시사했다. 현실적으로 38세가 되는 4년 뒤 차기 대회 참가를 기약하기는 불투명하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써 오던 손흥민의 4번째 월드컵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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