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참사,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손흥민 병역 뒷담화'가 '도화선'됐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대참사였다. 사상 첫 원정 토너먼트 승리를 꿈꿨지만, 조별리그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홍명보호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여정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1차전에서 체코를 2대1로 잡으며, 16년 만의 첫 경기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부터 꼬였다. 어이없는 실수로 0대1로 패했다. 그럼에도 32강 확률은 91.22%에 달했다. 하지만 남아공과의 3차전에서 졸전 끝에 0대1로 무너지며, 수렁에 빠졌다. 1승2패, 3위로 추락했다.
경우의 수 늪에 빠졌다. 9개 중 3개만 맞으면 됐다. 행운의 여신까지 외면했다. 94%의 확률에서 출발했지만, 87.6%→53.2%→32.9%까지 떨어지다, 결국 0%로 내려갔다. 다른 나라 결과에 일희일비한 사흘의 시간은 굴욕, 그 자체였다. '황금 세대'라는 평가 속 야심차게 출발한 북중미월드컵은 역대급 흑역사로 끝이 났다. 특히 48개국 체제에서 32강도 오르지 못한 것은 충격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홍명보 감독이다.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로지 장수의 몫이다. 전술, 기용, 훈련, 운영 등 복합적 원인이 실패의 이유겠지만, 그중 몇 가지 짚어야 할 두드러진 대목이 있다.

역대 가장 깔끔한 최종엔트리라는 평가 속 홍명보호는 순조롭게 월드컵 준비에 돌입했다. 어떤 잡음도 없었다. 분위기도 좋았다. 고지대 적응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우연히 방송 화면에 담긴 취재진의 '손흥민 병역 비하'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인터뷰 보이콧 여부를 두고 선수단 내부 균열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견이 생겼다. 당사자인 '캡틴' 손흥민(LA FC)이 계속해서 강경한 태도로 나선 가운데, '96라인'을 포함한 후배들의 생각은 달랐다. 멕시코전을 전후로 봉합되는 듯했지만, 이재성(마인츠) 등 몇몇 고참 선수들이 엇박자를 내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과거 같이 선수단 내 파벌 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으로 굳건했던 '원팀'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홍 감독도 결산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내에 내부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멕시코전 때 분위기가 어수선한 건 좀 있었다"고 했다.

고지대 적응 올인 전략도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다. 홍 감독은 지난해 12월 조추첨 직후부터 1, 2차전이 펼쳐지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고지대 적응에 모든 것을 맞췄다. 해발 1571m에 위치한 과달라하라는 태백산 정상 높이다. 지난달 18일부터 해발 1460m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사전 캠프를 실시한 뒤, 6일부터 과달라하라의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홍 감독의 승부수는 주효했다. 체코전에서 후반에 포인트를 맞추며 역전승을 거뒀다. 멕시코전에서도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산 후가 문제였다. 3차전이 펼쳐진 몬테레이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고온 다습한 날씨에만 신경을 썼지,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이동하며 생길 수 있는 일시적인 운동 능력 저하를 간과했다. 물론 홍 감독은 "데이터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했지만, 경기를 지켜본 모든 축구인들은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동거리 등 유리한 조건 속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책이다.

전술적 유연성 부족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시아 3차 예선 내내 포백을 썼던 홍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스리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경험상 월드컵에서는 한 가지 전술만으로 버틸 수 없다"고 했지만, 3경기 모두 스리백을 가동했다. 수비 안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소극적이었다. 크게 돌려치며 뒷공간을 노리는 패턴 외에는 이렇다할 공격 작업이 없었고, 이마저도 과감하지 못했다. 디테일에서도 아쉽다 보니 효율적으로 뛰지 못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포백 전환을 통해 수비 숫자를 줄이고 공격 숫자를 늘리는 등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은 결과론적이지만 아쉬운 대목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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