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MOU로 이란 시장 열렸지만 한시적…"韓기업, 리스크 피하려면 8월 21일 주목"
미국, 이란산 원유 한시 허용…8월 21일 만료
종전 협상 시한과 겹쳐 '연장 VS 결렬' 기로
제재 풀리면 중국과 경합…"GCC가 실질 기회"
방산·배터리, 한·미·중 삼중 규제…11월도 변수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이후에도 교전을 주고받으며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오는 ‘8월 21일’을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법무법인 지평 글로벌리스크대응센터는 최근 발간한 뉴스레터에서 “종전 합의로 시장이 열리는 속도와 제재가 풀리는 속도는 다르다”며 이날을 하반기 핵심 규제 분기점으로 꼽았다.

문제는 GL X 만료 시점이 MOU의 60일 협상 시한(8월 중하순)과 겹친다는 점이다. 협상이 최종합의로 이어지면 GL X 연장 가능성이 열리지만, 결렬되면 이란 관련 거래 전체가 다시 전면 제재권 안으로 들어간다. 협상 결렬의 뇌관은 핵 사찰 문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입국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란 외무부는 “18시간 협상에서 핵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고 어떤 새로운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란 재건보다 걸프국 시장이 실질 기회”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기업의 실질적 기회는 이란 본토가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재건 시장은 MOU에 최소 3000억 달러(약 460조원) 규모로 명시됐지만, GL X는 석유 부문만 허용할 뿐 건설·플랜트·금융 분야는 여전히 전면 제재 대상이다. 박 부센터장은 “‘이란 시장이 열리면 한국 차례’라는 기대는 사실 중국과의 경합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 등 GCC 국가들은 국부펀드 유동성을 앞세워 인프라·플랜트·방위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000880)·현대로템(064350)·한국항공우주(047810)(KAI)는 이집트 자주포(17억 달러), UAE 미사일체계(35억 달러), 사우디 방공(32억 달러) 등 총 80억 달러 이상의 방산 수주를 최근 성사시켰다.
방산·배터리, ‘삼중 규제’ 함정 주의해야
박 부센터장은 “기회만큼 규제 리스크도 복잡하다”며 “미국산 부품이 하나라도 포함되면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수출관리규정(EAR)의 재수출 통제가 한국 기업에 직접 적용된다”고 말했다. 방위산업 수출의 경우 한국 방위사업법·대외무역법뿐 아니라 미국의 ITAR·EAR,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까지 세 나라의 규제가 동시에 걸린다. 중국산 희토류 역외 적용 규정은 현재 정지 상태지만 오는 11월 10일 만료돼 재가동될 수 있다.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도 이란 전쟁발 유가 충격이 역설적으로 전동화·신재생 수요를 끌어올렸고, 그 과실은 중국이 가져갔다. 지난 4월 중국의 전기차(EV) 수출은 94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려 할수록 한국 배터리·태양광 기업이 ‘비중국 신뢰 공급원’으로 부상하는 구조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격 요건상 중국산 소재를 먼저 걷어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박 부센터장은 “시장이 열리는 속도와 제재가 풀리는 속도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정밀하게 읽느냐가 종전 합의 이후 우리 기업의 진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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