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살인범 최대 '소년원 2년'→'교도소 20년'… 정부, 촉법소년 '조건부 하향' 결론
여론 감안해 전문가 의견 뒤엎어
'중대한 범죄'에 한해 하향하기로
성평등부, 이르면 30일 국무회의 보고
전문가들 "최선의 방안" vs "낙인효과"

현재 14세인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중대 범죄에 한해 13세로 낮추는 쪽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았다. 살인이나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거나 상습범일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촉법소년 연령기준이 한 살 내려가면 중학교 1학년인 13세 살인범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처벌이 '소년원 2년'에서 '교도소 20년'으로 강화된다.
28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최근 성평등부와 법무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성평등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촉법소년 연령 기준 권고안을 이르면 30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회의 결과에 따라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은 있다.
촉법소년은 형법상 범죄를 저질렀지만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 대상이 되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뜻한다. 그러나 청소년의 극악무도한 강력 범죄가 늘면서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거나 기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를 결론 내라고 성평등부 등에 주문했다. 이후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가 구성돼 3월부터 두 달간 공론화를 거쳤으나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소년법, 청소년 교육 전문가들은 대부분 촉법소년 연령을 14세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각종 폭력과 방치 환경에 놓인 대다수의 촉법소년이 형사처벌 탓에 섣불리 낙인찍히지 않고 교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보호 체계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론은 달랐다. 올 3월 한국갤럽이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81%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에 찬성했다. 결국 정부는 이런 시민 반응과 부처 간 이견을 고려해 조건부 하향이라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디까지를 '중대한 범죄'로 볼 건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세부 기준은 법무부가 정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촉법소년 관련 형법 개정안을 참고할 예정인데, 이 법안들에선 살인, 강도, 강간·추행 등 성범죄, 집단폭행 등이 중대 범죄로 규정됐다. 또 소년원에 3차례 이상 송치되면 형사책임을 면제받지 못하게 했다.
법이 개정된다면 중학교 1학년인 13세 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때 수사 단계부터 많은 것이 바뀐다. 우선 기존엔 경찰이 이 소년을 붙잡더라도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를 하기 전 기본적인 사실관계 조사밖에 할 수 없었다. 이마저도 구속 등 강제수사는 불가능하고 1회 조사 뒤 귀가 시켜야 하고, 추가 조사를 하기 위해 출석 요구를 했을 때 불응하더라도 마땅한 도리가 없었다.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은 뒤엔 재판부가 '감호 위탁'부터 '장기(최대 2년) 소년원 송치'까지 1~10호의 처분을 내리는데 이는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하지만 촉법소년이 아니라면 성인처럼 경찰의 수사를 받은 뒤 검찰 기소를 거쳐 법정에 설 수 있다. 성인이라면 무기징역이나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겠지만 현행법상 미성년 살인범에게 처해질 수 있는 최고형은 '징역 20년'이다.
이번 정부 안을 바라보는 전문가 시각은 엇갈린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해당 연령대의 강력 범죄를 어느 정도 줄이고 준법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연령 하향이 적용되는 중대 범죄의 유형으로는 '사회적 물의나 국민 공분을 일으키거나 그 범죄로 인해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는 유형의 범죄'로 한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김 교수는 연령 하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일반 범죄까지 촉법소년 기준 연령이 하향되지 않도록 소년 보호 처분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교화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론화 협의체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비율은 여전히 전체 범죄 중 5% 안팎이라 연령 하향으로 인한 범죄 억제 효과가 미미하다"며 "형벌로 인한 낙인효과를 고려할 땐 기존 보호처분 수단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보완하는 게 우선"이라고 우려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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