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다뤘던 미 국무부 인사들 “한국 핵잠 올해 안에? 글쎄···”

핵 비확산·비핵화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미 국무부 고위 인사들이 한국 정부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두고 “한·미 양국에 상호호혜적”이라면서도 낙관론을 경계했다. 엘리엇 강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핵잠 도입을 둘러싼 한·미 간 협상이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권·학계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면 핵잠 도입 협상이 “복잡해진다”며 핵 비확산을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24~26일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한 전직 미 국무부 인사들은 정부의 핵잠 추진을 두고 “한·미 양국에 긍정적”이라고 봤다.
수잔 손튼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핵잠은 양국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며 “동등하고 상호호혜적 관계를 넓혀가고 긴밀하게 가져가는 것과 연관된다”고 말했다. 엘리엇 강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이 핵잠 협상을 잘 하면 민간 부분 협력도 잘 될 것이고 양국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웡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석부보좌관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향상된 잠수함을 도입하면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동북아 안보 부담을 미국의 동맹국이 분담한다면 이는 미국에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웡과 수잔 손튼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등 대북 업무를 맡았다. 엘리엇 강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핵 비확산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올해 안에 한·미 간 핵잠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려는 한국 정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수잔 손튼은 한·미 간 협상을 두고 “이러한 변화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며 “주의와 노력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 강은 “사실 협상은 1년이 더 걸릴 수 있고, 근본적으로 한·미 협력에서 변화가 필요하기에 협상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한·미 간 협상에서 성과가 나오길 바라는 분위기가 정부 인사들 사이 감지된다. 정부 일각에선 올해 11월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협상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연내에 모든 것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국무부 인사들 사이에선 한국 내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양국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계인 엘리엇 강은 “한국의 친구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인들이 핵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많은 것들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신중하고 인내심을 갖고, 민간 산업까지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게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자체 핵무장, 핵 잠재력 확보, 미국 전술핵 공유 등을 안보 정책으로 제시했다. 미 의회와 싱크탱크에선 한국의 야당과 학계 일각에서 나오는 핵무장론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핵잠 도입 국면에서 핵확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제사회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주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을 다시 만났고 그는 비확산 검증 절차에 전폭적인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엘리엇 강은 한국이 명확히 핵 비확산을 약속한다면 “핵잠 도입이 정말 잘 될 수 있고, 한·미 민간의 핵 관련 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을 합의했다. 정부가 핵잠에 사용될 핵연료를 미국에서 받기 위해선 미국 원자력법에 따라 양국 간 별도 협정을 맺는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 원자력법은 다른 국가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위해선 사전에 협정을 체결하도록 규정한다. 핵연료 이전을 위해선 미국 의회 동의도 있어야 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21175401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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