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원진 앞 PT 후 숨진 근로자, 업무상 재해 아냐”…유족 패소

이은영 2026. 6. 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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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급증·환경 변화 확인되지 않아…당뇨·흡연 요인으로 봐야”
▲ 일러스트/한규빛

중요한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친 뒤 숨진 근로자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에서 법원이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엔지니어링 업체에서 건설업 용역·감리 업무를 맡았던 A씨는 2023년 11월 임원진을 대상으로 용역 수주를 위한 PT를 진행한 뒤 다음 날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발표 도중 두통과 식은땀 등의 증상을 보였고, 오후 3시 30분쯤 몸 상태가 악화돼 숙소로 돌아간 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감리용역 유찰과 대기 근무, 임금 삭감 등으로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PT 준비 과정의 과로가 사망으로 이어졌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24년 3월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이 업무보다 개인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하기 전 일주일간 근무시간이 40시간3분으로, 사망 전 2~12주간 주 평균 근무시간인 39시간37분과 큰 차이가 없어 객관적으로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입찰 준비와 PT 발표는 A씨의 주된 업무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업무와 관련해 돌발적이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거나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10년 이상 당뇨병을 앓았고, 3년간 경동맥 폐쇄·협착으로 치료를 받아온 점, 30년 동안 하루 한 갑씩 흡연한 점, 사인이 비외상성 뇌실질내출혈인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스트레스 부담보다는 장기간의 당뇨병, 고혈압, 흡연 등 망인의 개인적 소인으로 약화된 혈관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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