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구·경북, AI·반도체 최적지인데 패싱”…지역 경제계 위기감 확산
“정치권 단합 부족이 지역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SK그룹의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신규 반도체 투자 후보지 논의가 호남·충청권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지역 경제계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이 미래 첨단산업 유치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반도체 등 우수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미래산업 경쟁력을 지켜야 할 시점에 주요 투자 프로젝트가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지역 정치권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종태 대경ICT산업협회장은 최근 대구일보와의 통화에서 "객관적인 산업 여건이나 전력 수급, 인력 확보, 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가운데 대구·경북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을 수용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그럼에도 주요 국가사업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경북은 AI·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로 꼽힌다. 대구의 경우 수성구 대흥동 일원에 97만6천㎡의 규모로 조성된 수성알파시티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AI·SW 기업 300여 곳이 집적돼 있다. 특히 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업들이 앞다퉈 입주하면서 지역 디지털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했다.
경북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의 전력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전력공사(KEPCO) 및 전력거래소의 지역별 전력 통계(발전량 및 소비량)에 따르면 연간 약 5만6천GWh에 달하는 여유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투자 구상이 호남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거론되면서 지역 경제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기업인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단순히 한두 개 사업을 놓치는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이 지속적으로 패싱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지역 기업들의 투자 의욕과 미래 성장 기대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정치권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최 회장은 "경남은 우주항공청 개청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대응했고, 전북 역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 과정에서 정치권과 지자체가 공동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TK지역은 25명의 국회의원이 있음에도 지역 발전을 위한 공동 아젠다나 통합된 목소리를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성향이나 정치적 환경만 탓할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정치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일수록 지역 경제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기업과 경제단체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대구시와 경북도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민간 차원의 설득과 건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역 여건을 탓하기보다 민·관이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듯이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과 경제단체는 결국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 경제계가 함께 힘을 모아 대구·경북의 미래산업 경쟁력을 지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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