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리즈가 된 예능, 왜 '스트릿'이고 왜 '파이터'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번엔 레스토랑이다! tvN 예능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그간 tvN과 Mnet으로 CJ ENM이 그간 해왔던 일련의 '스트릿 파이터'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시리즈처럼 연결되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해외의 길거리 음식 탐방을 나서며 그 음식들의 문화와 역사까지 들여다 봤던 '스트릿 푸드 파이터'가 있었고, 댄서들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들은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스트릿 푸드 파이터'는 음식 먹방, 쿡방과 더불어 정보를 더한 교양 프로그램에 가까웠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스트릿 맨 파이터'는 전형적인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는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음식 장사 대결 형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색깔이 다르지만,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는 이들 이전 '스트릿 파이터' 콘셉트를 상당 부분 흡수해 '레스토랑' 버전으로 내놓은 느낌이 짙다. 음식 먹방과 쿡방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고, 길거리라는 날 것의 일반 대중들과 만나는 접점이 있으며, 그들의 평가를 받아 치열한 경합이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힙지로 잔다르크, 300억 갈비왕, 일식 탑티어, 경상도 장사괴물 같은 닉네임으로 자신을 알리는 출연자들이 한 명씩 스튜디오에 등장하고 이들이 해야 할 '장사 대결'이 어떤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펼쳐지는지를 알려주는 그 광경은 어딘가 '흑백요리사'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 차별점도 분명하다.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는 요리 대결이 아니라 '장사 대결'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요리 대결은 맛보고 평가하는 권위 있는 심사위원을 필요로 하지만, 장사 대결은 그것이 필요없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세종시에 거대한 콜로세움 같은 형태로 스트릿 식당들을 출연자들이 저마다 개업하고 점심, 저녁 시간대에 이곳을 직접 찾아와 음식을 주문해 먹는 손님들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손님들이 음식값으로 지불한 돈의 액수가 평가기준이 되는 것이니 이보다 더 공정할 수는 없다.
첫 번째로 치러진 세종시에서의 대결을 통해 보인 것이지만, 요리를 잘하는 것과 장사를 잘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식 대가나 미슐랭 셰프가 참여했지만 요리가 맛있다고 장사도 잘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대에 손님들이 무얼 원하는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적절한 마케팅도 써야 한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이 기존 쌓아왔던 명성을 장사에 활용할 수도 없다.
사실 길거리에서 음식 장사를 직접 하는 것으로 서바이벌 오디션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대담하다. 길거리는 스튜디오와 달리 통제되고 관리될 수 없는 상황인지라, 변수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는 이제 더 이상 제약이 아니라 날것의 재미가 되고 있다. 물론 변수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작진의 경험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를 만든 이우형 PD에 대한 신뢰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이우형 PD만큼 일관되게 자신의 영역을 쌓아온 예능 연출자도 드물다. 그는 초반 '신혼일기' 같은 관찰카메라형 예능으로 시작했지만, '현지에서 먹힐까?'를 시작으로 길거리 음식 장사의 세계를 자신의 예능 영역으로 쌓기 시작했다. '우도주막', '백패커'를 거쳐 '장사천재 백사장'으로 이어진 그의 경력은 요리의 차원을 넘어서는 장사의 세계라는 새로운 재미의 영역을 개척했다.
그렇게 시작한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의 첫 번째 미션은 '100만 원 매출 레이스'로, 저마다 자신들의 시그니처를 내세운 음식점들이 본격적인 대결을 벌였다. 5천 원이라는 낮은 가격으로 모든 테이블의 서브 메뉴를 공략하는 떡볶이를 가져온 음식점이 있었다면, 정반대로 2만 8,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몇 명이 함께 음식을 셰어하는 함양파 찹쌀 누룽지닭 세트를 한정판으로 내놓은 음식점도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2만 8,000원이라는 가격대가 진입장벽을 만들 거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한정판 누룽지닭 세트에 주문이 쇄도했다. 결국 이 메뉴를 내놓고 유력한 탈락후보라 여겨졌던 조서형은 가장 먼저 목표인 100만 원 매출을 달성한 음식점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스트릿 장사 대결이 가진 변수도 빠지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1등으로 소개된 조서형의 '생존'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마도 '한정판'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변수가 역시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요소로 깔리며 첫 회가 마무리됐다.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는 어쩌다 우연히 시리즈가 된 예능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스트릿'이라는 날 것을 원하는 대중들의 기호 변화와 '파이터'라는 오디션 서바이벌 트렌드가 만나 생겨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잘 나가는 ‘신입사원 강회장’이 불길하다, ‘재벌집 막내아들’ 전철 밟을까 봐 - 엔터미디어
- 정체가 들통날수록 시청률은 쭉쭉 오른다는 건(‘언더커버 셰프’) - 엔터미디어
- ‘닥터 섬보이’의 성공에는 ENA 드라마의 시스템과 신뢰감도 한몫했다 - 엔터미디어
- 시작부터 침대 소개팅? 그런데 15세 관람가인 이 연프의 정체(‘연애실험실’) - 엔터미디어
- 또 위장취업? ‘언더커버 셰프’의 자세와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 엔터미디어
- “본인 맘대로 살길 바란다”...유재석의 조언만으로도 충분히 귀하다(‘유재석 캠프’) - 엔터
- 시청률 두 배 폭등, ‘신입사원 강회장’이 잘 나가는 비결 - 엔터미디어
- 21세기의 ‘야인시대’를 꿈꾸는 ‘오십프로’의 인정 욕구 - 엔터미디어
- 천출인 임지연이 아들을 낳지 않고서야 어찌 그 자리에 올랐겠는가(‘멋진 신세계’) - 엔터미디
- 넷플릭스는 유재석의 명성과 장점을 심하게 착각했다(‘유재석 캠프’)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