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메모리 대란 해결책으로 '중국 카드' 만지작

|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온 애플이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반도체 제조사와의 접촉을 확대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와 원가 절감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중국산 메모리 칩 구매 허용을 요구하는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애플, 미국 정계에 '중국산 메모리 구입 승인' 로비
애플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맥북 가격을 100~300달러, 아이패드 가격을 100~200달러가량 기습 인상했다. 인상 폭은 약 20%에 달하는 이례적인 조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 발표 직후 애플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630억달러가 증발하기도 했다.
원가 절감이 절실해진 애플이 선택한 돌파구는 중국산 반도체다. 애플이 구매를 추진 중인 곳은 중국의 대표적인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다. 이와 함께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양쯔메모리(YMTC)와의 협력 재개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외신은 애플이 이미 한 달 전 미 상무부와 접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백악관 및 워싱턴 정가의 우군들을 찾아다니며 CXMT로부터의 메모리 칩 구매를 승인(clearance)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 미 정치권 강력 반발... '안보 리스크' vs '단가 절감' 딜레마
하지만 애플의 이 같은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중국산 반도체 도입은 심각한 정치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CXMT와 YMTC는 미 국방부에 의해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연계된 '중국 군사기업(1260H) 명단'에 올라 있다. 법적으로 구매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된 블랙리스트 기업의 제품을 세계 최대 IT 기업인 애플이 대량 구매하겠다는 유례없는 상황에 미 의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 하원 중국특위 의장인 존 물레나르(공화당) 의원은 "애플이 중국 군사 연계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이며 중국 공산당이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애플의 중국산 칩 도입 검토 조짐에 대해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여기에 마이크론 등 미국 현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 경쟁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애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애플의 로비를 쉽게 승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K-반도체' AI 집중...중국의 틈새시장 공습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좋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서버용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노트북용 범용 메모리의 공급 부족이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틈을 타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온 중국 CXMT 등이 애플의 시야에 들어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중국산 칩을 당장 주력 제품에 전면 채택하지 않더라도 공급망에 중국산이라는 대안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기존 한국·미국 공급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의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를 극대화하려는 애플의 전략과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정치적 현실이 정면충돌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의 비용 부담 완화와 대중국 압박 기조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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