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제권' 밀어붙이는 이란…'불완전 MOU'가 빌미줬나(종합)
이란 매년 수십조원 전망 '통행료'에 '눈독'…전문가 "저강도 강압 활동 지속할 것"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선박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8/yonhap/20260628131054446ukek.jpg)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해협 통제권을 완전하게 행사하려는 이란과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갈등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양측의 모호한 종전 MOU 합의가 충돌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CNN·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기간 민간 상선들을 무력으로 위협해 유지해 온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종전 이후까지 계속 밀어붙여 영구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25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어떤 선박이든 우리의 허가 없이, 또는 지정된 항로를 벗어나 해협을 통과하려 시도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해당 선박에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고, 그 직후 실제로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호를 공격했다.
미국은 여기에 책임을 물어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 그러자 혁명수비대는 다시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군 해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은 당시 공격을 당한 곳이 자국이라고 확인했다.
이어 27일에도 유조선 한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다 '불상의 발사체'로부터 또 공격받았다.
이에 미군은 또 이번 공격을 이란의 소행으로 파악하고 재차 '응징' 차원의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의 반복되는 상선 공격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경고를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이다.
이후 이란의 재보복이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일단 종전 합의의 틀을 지키면서 국지적 무력 공방을 주고받는 모양새지만, 잦은 국지 충돌이 전면 군사 대립 재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7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더 이상 합리적일 수 없게 돼 군사적으로 임무를 끝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력 충돌의 근본적 원인으로 불완전한 종전 합의를 지목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사실상 묵인하는 듯한 모호한 조항이 명문화되면서 추가 충돌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란과 체결한 임시 휴전 협정의 모호한 표현들이 2주도 채 되지 않아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 정치대학 국제학센터의 니콜 그라예프스키 조교수는 "이번 잠정 합의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아마 그것만이 합의를 끌어낼 유일한 방법이었겠지만, 이러한 유연성은 양측이 동일한 조항에 비슷한 의미를 부여할 때만 유효한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실제 종전 MOU에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관리 방안'을 함께 정립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 CNN 방송은 이를 두고 "사실상 이란 정부에 공식적인 호르무즈 해협 관리 역할을 부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종전 합의를 명분 삼아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지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지정학 리스크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수석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이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이란이 감수할 위험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소한의 군사적 조치로 오만 항로를 폐쇄하고 선박 운송을 자기 통제권 안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면, 이란 입장에서는 이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핵심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 성급히 체결한 합의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이란의 해상 통제 시도에 명분만 쥐여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이 구상하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방향도 완전히 엇갈린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쟁 전처럼 자유로운 통항을 복원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란 반대편 오만 측 항로 통행량을 높이기 위해서 항로를 양방향으로 확장하는 한편, 상선들에도 오만 항로 이용을 권장하며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
이란을 통하지 않는 새로운 바닷길을 뚫어 이란의 해협 통제력을 약화하려는 포석이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의 통행 허가를 전제로 영구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으며, 오만 측 수로 활성화에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오만 측 통행량이 늘면 이란이 항로 정보 제공 등을 구실로 부과하려던 '서비스 수수료'를 챙길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이란에 매년 최소 수십조원 규모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핵심 이권인 만큼, 향후 이란이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런던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연구원은 "이란은 더 큰 분쟁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국제 해운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서 수위가 조절된 저강도 강압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AP통신에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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