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재소집' 강소휘 리더십 → 주포 나현수, 다시 태어난 여자배구 대표팀…AG 사령탑의 냉정한 현실 직시 "쉬운팀이 없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반전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다음 무대는 아시아선수권이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29일 재소집, 8월 아시아선수권과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향해 달린다.
차상현호는 지난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서 7전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조별리그를 5전 전승으로 뚫었고, 토너먼트에선 베트남과 대만을 잇따라 꺾으며 모처럼 여자배구에 승전보를 울렸다. 특히 베트남은 아시아배구선수권과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복병이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 들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강등되는 굴욕을 겪었던 한국으로선 자신감 회복을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
주장 강소휘(도로공사)가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에 선정됐고, 나현수(현대건설·베스트 아포짓 스파이커), 박은진(정관장·베스트 미들 블로커)이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여자배구 세계랭킹을 40위에서 31위로 끌어올린 점이 최대 수확이다.
이제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8년만의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차상현 감독의 목소리는 한층 조심스러웠다. 그는 "성적은 좋았지만, 솔직히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 점은 이제 우리나라 입장에선 쉬운 팀이 없다. 세트스코어는 3대0일지언정 경기 내용을 보면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20점 이후에 범실 하나 나오는 쪽이 지는 경기였다. 위기의 연속이었다"라고 돌아봤다.

기존의 아시아 여자배구 강자인 일본 중국 태국은 물론 대만 베트남 이란 카자흐스탄 등 '복병'들의 기량도 만만찮게 올라왔다는 것. '흐름의 경기'인 배구의 특성상 자칫 방심했다간 반대로 완패를 당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래도 AVC컵 우승은 분명 큰 수확이다. 차상현 감독은 "그간 많이 졌기 때문에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지쳤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좀 회복한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했다.
특히 고비 때마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강소휘의 활약이 빛났다. 차상현 감독과는 과거 오랫동안 GS칼텍스에서 사제 호흡을 맞췄던 만큼, 케미가 돋보였다. 그는 "오랜만에 만났지만 (강)소휘와의 호흡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졌을 때 내 훈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소휘가 정말 잘 알고 있다"며 크게 웃었다. 강소휘의 리더십 하에 다른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고.
대표팀 명단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강소휘 이주아 김다인 이다현 박은진 김세빈 등 리그와 대표팀을 통해 잘 알려진 선수들도 있지만, 이예림 나현수 등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포함됐다. 박여름 이수연 김효임 등은 그나마도 얼굴 보기 힘든 선수들이었다.

1차적인 성공을 거뒀다. 차상현 감독은 "내 입장에서도 가장 큰 부담이었다. 잘못되면 선발 잘못한 내 책임이니까. 솔직히 걱정되거나 두렵진 않았다. 어차피 욕먹는 건 마찬가지니까, 소신있게 뽑았다"며 웃었다.
이어 "자칫 욕받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힘들었을텐데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14명 모두에게 코트를 밟을 기회를 주고자 노력했다.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더 정교한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보완할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포짓을 맡긴 나현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차상현 감독은 나현수를 비롯해 정윤주(흥국생명) 박은서(SOOP)처럼 소속팀에서 아포짓을 최소 겸임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대표팀에서도 쓰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표팀은 실험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본다. 소속팀과 다른 포지션으로 선수를 기용하면, 소속팀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선수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면서 "나현수의 경우 왼손잡이고, 신장도 좋다. 점유율 관리, 주포로서 책임지고 뛰어본 적 없는 부담, 경험 같은 게 문제였는데, 일단 첫걸음을 잘 뗐다.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나)현수가 할 수 있는데까지 부딪혀보길 바랐다. 범실이든 성공이든 감당해봐야 느끼는 바가 있고 성장할 수 있다. 지금 당장보다는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중요한데,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현수의 성장이 필요했다. 결국 배구선수는 코트 위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법이다. 아직까진 잘 되고 있어 다행이다."

아시아선수권대회는 8월 21∼30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 우승팀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직행한다. 한국의 아시아선수권 입상은 2019년 동메달이 마지막이었다. 2023년 대회 때는 태국과 베트남에 연패하며 6위에 그쳤다.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는 9월 16∼22일에 치러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동메달을 따냈지만, 지난 항저우 대회에선 2연패로 예선 탈락이란 굴욕을 겪었다.
GS칼텍스를 트레블(컵대회,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로 이끌었던 차상현 감독이지만, 클럽과 대표팀은 다른 경험일 수 밖에 없다. 그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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