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세상 가장 긴’ 1㎞ 무덤…발굴터엔 땡볕 아래 만장만 날리네 [현장]
“유족들 연로…위령시설·평화공원 착공하길”

올해도 골령골엔 개망초가 피었다. 위령제를 일주일 앞두고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는 그곳을 벌초했다. 임재근 대책회의위원장은 “이상하게도 유해를 발굴한 곳에 개망초가 주로 핀다. 어디까지 벌초해야 할까” 고민했다. 꽃 사이엔 ‘골령골 이곳저곳 꽃필 때마다 당신의 원혼인 듯 보겠습니다’이라고 쓰인 만장이 나부꼈다.
지난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산내 골령골에서 76년 전 학살된 수천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합동위령제가 진행됐다. 골령골학살희생자유족회와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는 2000년부터 매해 6월27일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28일부터 7월17일까지 대전형무소에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은 우리 군과 경찰 등에 의해 골령골로 끌려가 총살당한 뒤 묻혔다. 최소 3천여명 최대 7천여명이 골령골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이 매장된 구덩이들을 연결하면 1㎞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불린다.



올해도 전국 각지의 유족들과 대전 시민들이 골령골에 모여 골령골에서 억울하게 학살된 이들을 위한 제사를 지냈다. 지난 2월 출범한 3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송상규 위원장과 3명의 상임이사도 위령제를 찾았다. 황인호 동구청장 당선인, 김제선 중구청장, 장철민·황운하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전미경 유족회장은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희생자들의 자녀들이 어느덧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돼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진 고통은 세대를 넘어 우리 삶 전체를 짓누르는 거대한 운명이 됐다”며 “3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오랜 세월 국가 폭력에 신음한 피해자들의 눈물을 따뜻하게 닦아주고, 미완으로 남은 골령골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이라 믿는다. 억울하게 흐려졌던 영령들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유족 대표들이 제사상에 잔을 올려 절을 하자 사회를 맡은 임 위원장이 “유세차, 2026년 6월27일”로 시작하는 축문을 읽었다.



“부디 영령들이이시여, 저희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으소서. 단 한 분의 희생자도 빠짐없이 명예를 회복하는 그날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골령골에 정의가 바로 서고 당신들의 숭고한 희생이 영원히 기억되도록 지켜봐 주시옵소서.”
추도사를 위해 앞으로 나온 송 진화위원장은 “이곳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현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저 멀리 제주에서, 또 여수와 순천에서 끌려온 이들이, 그 밖에도 수없이 많은 민간인이 골령골에서 집단 살해됐다.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란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며 “해야 할 일이 많다. 발굴된 유해들이 안정적으로 안치되고, 더 많은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돼야 하면, 유가족의 뜻이 존중되는 방식으로 추모와 기억의 공간이 조성돼야 한다. 산내평화공원 조성은 시설 건립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국가폭력의 진실을 기억하고 희생자의 존엄을 회복하며, 유가족의 오랜 염원을 국가가 책임 있게 이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부터 골령골에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및 평화공원(가칭 진실과 화해의 숲)’을 조성하는 사업하는 추진 중이다. 10년 동안 조성이 미뤄지며 증가한 사업비로 행정절차를 다시 거치는 등 우여골절을 겪었다. 현재 토지보상도 모두 끝난 상태라 연로한 유족들은 하루빨리 착공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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