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잘하는 선수가 뛴다" 편견 지운 박철우호, 수련선수 세터가 가장 먼저 응답했다

박상우는 문일고-한양대 졸업 후 2025~2026 V리그 수련선수로 우리카드에 입단해 이번 대회에서 처음 실전에 나섰다. 2군 리그가 없는 프로배구 특성상 그동안 경기를 뛰지 못하던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 대회 취지에도 딱 알맞았다.
최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박철우 감독은 "이번 대회에 나온 전 구단 선수 대부분이 기회도,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못하면 못 한 것이고 잘하면 잘한 것이다. 다 똑같은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런 냉정한 기준 속에서 박상우가 눈에 들어왔다. 박 감독은 "우리 팀에서도 오히려 가장 좋았던 선수가 경기 경험이 적은 박상우였다. 들어갔을 때 세터로서 자기 역할을 정말 잘해줬고 파이팅도 좋았다. 경험이 부족했다는 변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칭찬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 감독은 직접 지휘하는 것이 아닌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담았다. 우리카드는 1승 3패에 그쳤고, 셧아웃 패도 두 차례 있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결과보다 선수 개개인의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하는 데 의미를 뒀다.

이어 "나름대로 확인은 많이 했다. 시즌 때 어떤 선수를 투입할지, 이 선수가 어느 정도 더 늘어날 수 있을지 볼 건 다 봤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선수들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올해 우리카드는 지난 두 시즌 간 득점원 역할을 하던 알리 하그파라스트(22)가 떠나면서 국내 아웃사이드히터들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진 것이 그들을 살려낼 세터들이다.
박 감독은 "세터들에게는 경기 운영 면을 보고 싶었다. 상대 높이가 낮은 쪽을 더 쓴다든지, 반대편 빈 곳을 노린다든지 스스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보고 싶었다. 일부러 한 마디도 안했는데 너무 잘하려고 했던 것이 결과가 좋지 않아 그게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박상우의 플레이가 도드라졌다. 박 감독은 "반대로 박상우가 들어갔을 때는 조금 달랐다. 적재적소에 속공을 쓴다든지, 속공을 걸어서 앞뒤 공격이 나간다든지 운영 면에서 더 좋았다. 누가 봐도 갑자기 혈이 뚫린 느낌처럼 플레이해줬다. 그런 부분을 봤을 때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편견 없이 보겠다고 한 말은 결국 (나이, 경력 상관없이) 지금 잘하는 선수를 많이 뛰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기존에 뛰던 선수들이야 잘했을 때, 못했을 때 기준이 있는데, 그동안 경기를 많이 못 뛰었던 선수들은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 선수들이 코트에서 어떤 퍼포먼스와 마인드를 가졌는지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상우의 활약도 그런 면에서 기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을 것이다. 편견 없이 기회를 주겠다는 내 말에도 힘이 실린다. 지금 당장은 기존 선수들에 밀릴 수 있겠지만, 가봐야 한다. 자기만의 색깔을 살린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젊은 사령탑이 이런 원칙을 세운 데는 선수 시절 경험도 있다. 박 감독은 20년간 V리그 564경기를 뛰며 6623득점을 기록한 레전드 출신이다. 백업보단 주전으로서 활약한 세월이 더 길었지만, 늘 프레임을 깨고자 했던 선수였다.
박 감독은 "국내에 있던 사람들끼리는 이 선수가 어디 출신인지, 누구에게 배웠는지 등 파악이 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력 외적으로 판단하는 상황도 많이 있었다. 나도 선수 시절 그런 부분을 없지 않게 겪었고 싫었다. 특정 프레임에 씌워 선수를 바라보는 게 너무 안 좋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물론 박상우가 당장 주전 세터 경쟁을 뒤흔들었다고 볼 순 없다. 우리카드에는 국가대표 세터 한태준(22)과 주장 이승원(33)이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이유빈(24), 박상우 등 다른 세터들에게도 분위기 전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한태준은 공격수들의 특성을 살리는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다. 아직까진 급할 때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경험이 해결해줄 문제다.
그런 한태준이 흔들릴 때 뒷받침해줄 수 있는 선수가 이승원이다. 이승원은 좌우 쌍포를 잘 살려주고 주 공격수를 살려주는 플레이에 능한 세터다. 이유빈과 박상우에게는 분위기 반전 역할을 바라고 있다.
박 감독은 "실력 외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순수한 경쟁을 통해 실력 상승이 이뤄졌으면 한다. 결국은 경쟁이다. 잘하는 사람이 뛴다. 그게 우리 팀의 가장 큰 모토고 결과적으로 팀 전력이 올라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박상우가 증명한 것도 그 한 가지였다. 이름값이 아니라 지금 잘하는 선수가 기회를 얻는다. 박철우호의 첫 원칙은 단양에서 가장 먼저 수련선수 세터의 손끝으로 드러났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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