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빅테크 AI 서버용 MLCC 수주 눈앞…‘5000억 잭팟’
AI 서버 MLCC, 모바일보다 3배 이상 고가…탑재량도 수십 배
삼성전기가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고부가 MLCC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에 이어 전자부품까지 ‘AI 슈퍼사이클’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와 AI 서버용 MLCC 공급 계약을 위한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계약 규모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등 글로벌 CSP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계약 상대도 이들 가운데 한 곳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MLCC는 전자회로에서 전류를 저장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스마트폰과 PC는 물론 자동차와 산업기기, AI 서버 등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특히 AI 서버는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앙처리장치(CPU) 등 고성능 반도체가 대거 탑재되면서 전력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고용량·고신뢰성 MLCC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AI 서버용 MLCC는 모바일용보다 기술 난도가 높은 만큼 가격도 최소 3배 이상 비싸다. 탑재량 역시 크게 늘어난다. 스마트폰 한 대에는 통상 1천~1천300개의 MLCC가 들어가지만 AI 서버용 컴퓨팅보드에는 장당 1만5천~2만5천개가 적용된다. 최신 AI 서버에는 컴퓨팅보드가 약 20장 탑재돼 서버 한 대에 수십만개의 MLCC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시장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글로벌 AI 서버 시장 규모가 2030년 8378억달러(약 11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MLCC 시장도 공급 부족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고용량·고신뢰성 MLCC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반영해 고객사들과 공급 확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삼성전기를 비롯해 일본 무라타, TDK, 다이요유덴 등 주요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이미 가격 인상이 이뤄졌으며 장기공급계약(LTA) 체결도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전체 매출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MLCC 사업에서 AI 서버용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MLCC 분야에서 삼성전기가 글로벌 선두권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약 6000억원에서 70% 이상 증가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2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기는 현재 수원과 부산사업장에서 MLCC 연구개발과 핵심 소재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중국 톈진과 필리핀 생산법인을 중심으로 양산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AI 서버용 MLCC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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