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농구 더 할 수 있을까" 지쳤던 김단비에게 내린 ‘이슬비’

아산/정다윤 2026. 6. 28. 09: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프볼=아산/정다윤 기자] “지난 시즌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고 지쳤었다. 시즌 중에도 ‘내가 농구를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은행 김단비(36, 180cm)가 전한 속마음이다.

아산 우리은행은 27일 롯데시네마 아산터미널점에서 ‘우리WON-derful Day!’ 팬미팅을 열었다. 지난 해와 달리 우리은행은 코트 위 체육관이 아닌 영화관에서 팬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김단비는 “오프시즌에 팬들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 이런 자리를 통해 팬들이 우리를 더 많이 응원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영화관에서 행사를 하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체육관에서 하는 게 더 좋다(웃음)”며 소감을 전했다.

늘 코트 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던 김단비에게도 아찔한 순간은 있었다. 팬미팅의 꽃이라 불리는 '애장품 추첨(럭키드로우)' 시간, 정작 본인의 애장품을 가지고 오지 못한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자칫 '애장품 없는 애장품 타임'이 될 뻔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캡틴의 노련미가 빛을 발했다. 김단비는 당황하지 않고 당첨된 팬들에게 원하는 물건을 직접 적게 한 뒤, 배송으로 전달하겠다는 기발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김단비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애장품을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웃음). 오는 길에 자고 있다가 갑자기 ‘애장품!’ 하고 눈을 번쩍 떴다. 혼자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펜과 종이를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그런가 하면 김단비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다시 한번 우리은행의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이번 시즌 우리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서 있다.

사령탑이 전주원 감독 체제로 새롭게 바뀌었고, 최고 슈터 강이슬과 새로운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새로워진 환경 속에서 팀을 하나로 묶고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다시 한번 그의 어깨에 얹어졌다.

김단비는 “내가 더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이 선수들이 우리은행에서 잘 적응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냥 챙겨주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결국 내가 잘하는 게 팀을 돕는 길이다. 다시 한 번 내가 해야 할 목표가 생겼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날 팬미팅에서는 팬들과의 질의응답 코너인 ‘소WON을 말해봐’도 진행됐다. 수많은 질문 중 현장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김단비에겐 강이슬, 강이슬에게 김단비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강이슬이 김단비를 향해 “신 같은 존재”라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이에 김단비는 강이슬을 보며 “나에게 농구 생명을 연장시켜준 선수”라는 묵직한 진심으로 화답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온 베테랑 김단비가 전한 ‘농구 생명 연장’이라는 표현 속에는 그동안 쉽게 꺼내지 못했던 고독한 무게감이 담겨 있었다.

김단비는 “사실 지난 시즌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고 지쳤었다. 시즌 중에도 ‘내가 농구를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강)이슬이가 오면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선수가 생겼다”며 속마음을 전했다.

지쳐가던 베테랑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건 강이슬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단비와 이슬이 만난 '이슬비'는 더 큰 바다를 꿈꾸고 있다.

“이슬이도 자신만의 프라이드가 있는 선수고, 그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더 잘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 역시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다.” 

물론 강이슬의 존재감은 코트 안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지닌 그는 쉴 새 없는 수다(?)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한다.

김단비는 “아직 재활 중이라 이슬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도 그냥 지나가면 될 텐데 꼭 한마디씩 거들고 간다(웃음). 처음에는 ‘아, 시끄럽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그러더라.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이고 밝은 성격이라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진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몸은 당연히 100%로 올라온 건 아니다. 그래도 아픈 곳 잘 치료하면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많은 팬들과 함께한 자리인 만큼, 팬들을 향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귀한 주말에 우리를 위해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실 줄은 몰랐는데, 큰 응원을 보내주셔서 더욱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팬미팅을 준비하면서 ‘혹시 많이 안 오시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했지만, 오늘은 그런 걱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년에도 꼭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과 자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진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딛고 새로운 바람과 에너지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다. 김단비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이번에 바뀐 부분이 많아서 사실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감독님, 선수들이 새롭기 때문에 나도 더 기대가 되는 시즌이다. 팬들도 많은 기대와 응원해 주시면 결과도 보답해 드리겠다.”

#사진_정다윤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