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터넷 가입자 1명도 책임진다…17개 섬 잇는 통신 허브 가보니

"예전에는 TV도 안테나를 겨우 맞춰 2~3채널 볼까 말까였죠. 지금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주민등록등본을 떼고 특산물을 팔고 필요한 물건도 삽니다."
지난 2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상조도에서 만난 이 지역 주민자치회장 박영남씨(63)는 통신망이 가져온 섬의 변화를 이같이 설명했다.
전남 진도 앞바다에 자리한 상조도는 상·하조도를 비롯해 가사도·관매도·독거도·맹골도 등 주변 17개 섬, 2649명의 주민이 이용하는 통신망을 책임지는 서남해의 '통신 허브'다. KT는 이 지역에서 인터넷, 일반전화, 인터넷전화 각각 500여 회선과 B2B(기업간거래) 전용 60여 회선을 운영한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목포를 거쳐 진도항으로 이동한 뒤 배를 타야 하조도에 도착했다. 다시 조도대교를 건너 상조도 도리산 정상(해발 210m)에 오르기까지 총 5시간 걸렸다.
정상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늘 높이 솟은 철탑이다. 이 철탑이 주변 섬을 연결하는 도서 통신망의 핵심 거점이다. 철탑 상단에는 바다를 향한 거대한 원형 파라볼라 안테나 여러 기가 설치돼 있다. 안테나들은 해저광케이블 구축이 어려운 구간을 대신해 육지와 섬을 마이크로웨이브 전파로 연결한다.
이처럼 섬 통신망은 육지와 다른 환경에서 운영된다. 어업 활동, 기상 여건 등으로 훼손 위험이 높다거나 장비 점검을 위해 배를 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용자가 적어 경제성도 낮다.

그래서 도서 통신망은 '보편적 역무' 제도를 통해 운영된다. 보편적 역무는 국민 누구나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다. 현재 KT는 전국 약 440개 도서지역에서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보편적 역무를 제공하는 유일한 사업자다.
KT 관계자는 "인터넷 가입자가 한 명뿐인 섬도 있다"며 "경제성만 따지면 유지하기 어렵지만 국민의 통신 접근권을 보장하는 보편적 역무인 만큼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KT 상조도 중계소는 진도와 해남을 잇는 이원화 구조를 갖췄다. 한쪽 경로에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경로로 즉시 우회해 통신을 유지한다. KT 관계자는 "태풍, 호우 등 기상 악화 상황에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통신망은 주민들의 일상도 바꿔 놓았다. 민박업체와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달라씨(42)는 "예전에는 정보 검색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정보 격차가 없다"며 "관광객들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와이파이 속도에 대한 불만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속도를 측정한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를 웃돌았다. 영상 스트리밍도 끊김 없이 재생됐다. 육지와 떨어진 섬이라는 사실이 무색했다.
도리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점처럼 흩어져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바다와 안개뿐이었지만 그 사이를 보이지 않는 전파가 17개 섬 주민들의 일상을 이어주고 있었다.
구자윤 기자 jy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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