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붕괴 기뻐서?' 아니다, 왜 고토 코치는 펄쩍 뛰었나…"내 실수다, 팔 하나 더 있었다면"[인터뷰]

김민경 2026. 6. 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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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하는 두산 베어스 조수행.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팔이 하나 더 있었다면 카메론도 부를 수 있었을 텐데요."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3루·작전 코치는 2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크게 3차례 실수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 실수가 모두 득점으로 연결된 것은 온전히 선수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1-1로 맞선 8회 대거 7점을 뽑아 8대1로 승리했다. KIA는 8회 정해영-9회 성영탁을 올려 일단 무실점으로 버틴 뒤에 한번 더 반격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정해영이 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5위 두산은 4연승을 달리며 4위 KIA를 2.5경기차로 추격하는 것은 물론, 올해 KIA가 자랑하는 필승조까지 붕괴시키면서 큰 데미지를 입혔다.

8회말 선두타자 양의지가 우중간 안타로 출루한 게 컸다. 두산은 바로 도루왕 출신 대주자 조수행을 투입했다. 김민석은 중견수 뜬공에 그쳤지만, 1사 1루 카메론 타석 때 조수행이 2루를 훔쳐 KIA 배터리를 흔들었다. 카메론은 볼넷.

이어진 1사 1, 2루에서 안재석이 우전 적시타를 쳤다. KIA 외야진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던 상황. 우익수 앞 그리 깊지 않은 타구였고, 우익수 나성범의 강한 어깨를 고려하면 홈 쇄도는 무리수일 수 있었다.

고토 코치는 이때 과감히 팔을 돌렸다. 조수행은 코치의 사인을 믿고 홈까지 내달렸고, 2-1 리드를 안겼다.

조수행은 "KIA 외야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홈까지는 조금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토 코치님께서 과감하게 돌려주셔서 나도 그냥 믿고 뛰었다. 운이 좋게 득점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고토 코치는 8회의 영웅이라는 말에 "아니다. 아웃 타이밍에 돌렸는데 그게 성공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사실 실수였는데, 그게 그냥 어쩌다 보니 성공이 됐다"며 웃은 뒤 "상대가 플레이를 급하게 하면 실수가 나오지 않나. 주자가 조수행이라면 상대팀은 분명히 서두를 것이고, 거기에 내 실수가 더해져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고토 코치는 조수행의 득점 성공 이후 2루주자 카메론을 바라보며 펄쩍펄쩍 뛰었다. 기뻐서가 아닌, 안타까움과 자책이 담긴 행동이었다. 조수행이 홈까지 쇄도할 때 카메론은 당연히 3루까지 가야 했는데, 2루에서 멈춰 섰다. 조수행이 득점해서 끝이 아닌, 추가 득점이 필요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이 장면은 고토 코치가 밝힌 이날의 2번째 실수였다.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코치(오른쪽)와 다즈 카메론.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코치(왼쪽)와 조수행.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고토 코치는 "카메론이 2루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3루까지 오는 것도 주자가 해야 할 일이다. 3루까지 오지 못한 것도 카메론의 실수가 아닌 나의 실수"라며 "내가 팔이 하나 더 있었다면 카메론도 부를 수 있었을 텐데"라고 농담을 섞어 자책했다.

카메론은 곧장 대주자 전다민과 교체됐다. 주루 플레이에 조금 더 능한 선수로 바꾼 것.

2차례 실수에도 고토 코치는 또 과감했다. 계속된 1사 1, 2루에서 박지훈이 좌전 안타를 쳤을 때 또 전다민을 홈까지 보냈다. 역시나 그리 깊지 않은 타구였고, 좌익수 박정우의 홈 송구가 전다민보다 훨씬 빨랐다. 그럼에도 주심은 홈에서 포수 한준수가 전다민을 제대로 태그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득점을 인정했다. KIA는 비디오판독 기회를 이미 소진해 억울함을 호소해도 판정을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 이 과감한 선택으로 두산은 3-1로 달아날 수 있었다.

고토 코치는 전다민의 득점 장면이 이날의 3번째 실수라면서도 "그냥 오늘(27일)은 운이 따라줬다. 그 둘(조수행 전다민)은 우리 팀이 갖고 있는 조커 카드니까. 카드 게임을 할 때 조커가 2장이나 있는데 그걸 안 내려놓고 경기가 끝나면, 조커를 들고 있는 상태로 지면 그것은 너무너무 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위험했지만, 승부를 걸어야 했다는 뜻이다.

2점차로 벌어지자 정해영은 1사 2, 3루에서 박찬호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더는 정해영이 마운드에서 버틸 수 없었고, 최지민이 공을 이어 받았다. 두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정수빈이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날려 KIA의 반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고, 2사 만루에서는 조수행이 좌익수 왼쪽 2타점 적시타를 쳤다. 또 한번의 2사 만루에서는 전다민이 투수 앞 내야안타로 타점을 올려 8-1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고토 코치가 믿었던 조커 2명이 과감히 득점에 성공하고, 바로 맞이한 타석에서 나란히 타점까지 올리는 두산으로선 완벽한 그림이 그려졌다.

조수행은 "이건 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한화랑 주중 시리즈부터 어제(26일)까지 타석에 못 들어가고 있어서 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구나 2구에 애를 조금 먹었는데, 그래도 과감하게 돌리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이진영 코치님의 조언을 듣고 과감히 돌렸다"며 "어린 친구들이 너무 잘하고 있기에 나도 못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었다. 어린 친구들이 잘하는 만큼 나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올 시즌 지금 전반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결과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토 코치에게 '안전한 길보다 위험해도 강수를 두는 것에 더 좋은가'라고 묻자 "당연히 안전한 것이 좋다"며 웃었다.

고토 코치는 "제일 좋은 것은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이기는 것이다. 당연히 친 타자들도 대단하지만, 조커 2장이 세이프 결과를 만들어줬다. 내 실수가 실수가 되지 않게 열심히 뛰어준 조커 2장이 아주 잘해줬다. 그게 전부"라며 만일 졌다면 감당하지 못할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토 고지 코치가 칭찬한 조커 두산 베어스 전다민.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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