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러브버그와 '공존의 철학', 그리고 골프

[골프한국] 해마다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불청객 '러브버그(Love bug)'가 등장한다. 떼 지어 날아다니며 자동차 유리에 들러붙고, 등산객의 옷과 모자 위를 점령한다. 사람들은 손을 휘저으며 쫓아내고, 눈살을 찌푸린다. 러브버그 지도까지 공유해가며 피한다.
러브버그는 사람에겐 매우 성가신 곤충이지만, 생태학적으로는 '익충과 해충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곤충이다. 학명이 Plecia longiforceps(붉은등우단털파리)로, 파리목(Bibionidae)에 속한다. 중국 남부, 대만, 일본 남부 등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 살던 종인데, 2022년 무렵부터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서 대량 발생하기 시작해 서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수컷과 암컷이 교미를 시작하면 며칠 동안 꼬리가 붙은 채 함께 날아다녀 교미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몸이 두 개인 곤충처럼 보여 '허니문 플라이(Honeymoon fly)', '쌍둥이 벌레'라는 별명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러브버그는 교미 중인 쌍이 대부분이다.
생태학자들은 러브버그를 익충으로 분류한다. 유충은 낙엽과 썩은 식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꽃의 꿀을 먹으며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는다. 성충의 수명은 매우 짧아 보통 3~7일 정도다. 암컷은 한 번에 100~300개의 알을 낳는다. 불쾌감을 제외하면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물지도 않고 독도 없고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러브버그는 인간을 불편하게 한다. 엄청난 개체 수 때문에 등산이나 야외 활동이 어려워지고 창문과 벽, 차량에 달라붙어 혐오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대도시의 '열섬 현상'과 높은 습도, LED 조명에 잘 모이는 습성, 천적이 아직 많지 않은 것들이 겹치면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6월말~7월초에 가장 많이 나타나고, 약 1~2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방제도 대규모 살충제보다는 물 분사나 물리적 제거를 권장한다. 숲의 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청소부이자 정원사다.
인간은 너무 쉽게 인간의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버릇이 있다. 내게 불편하면 해롭고, 유익하면 좋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은 그런 흑백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역할을 품고 있다.
골프도 그렇다. 골퍼는 종종 바람을 원망하고, 비를 탓하며, 깊은 러프와 벙커를 미워한다. 그러나 코스는 우리를 괴롭히려고 그것들을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골프라는 생태계를 완성하는 구성요소다. 순풍만 분다면 샷의 깊이를 배울 수 없고, 평탄한 라이만 이어진다면 균형 감각도 자라지 않는다. 불편함이 있기에 기술이 생기고, 어려움이 있기에 지혜가 싹튼다.
생각해 보면 골프는 자연을 정복하는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타협하고 순응하는 운동이다. 바람의 방향을 읽고, 잔디의 결을 살피고, 햇빛의 각도를 헤아리며 자신의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는 과정이다. 힘으로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에 자신을 맞춰 나가는 게임이다.
러브버그 역시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자연을 당신의 편의에 맞춰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아름다운 꽃과 새소리만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모기와 잡초, 러브버그까지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니 말이다. 자연은 보기 좋은 것만으로 이루어진 정원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서로의 역할을 감당하며 유지되는 거대한 공동체다.
골프장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름 모를 들꽃 하나, 개미 한 마리, 나무 그늘을 스치는 바람까지 모두가 하나의 풍경을 완성한다. 우리는 그 풍경 위에서 잠시 공 하나를 치고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다.
그래서 현명한 골퍼는 자연을 이기려 덤비지 않는다. 자연을 존중한다. 좋은 스코어는 실력에서 나오지만, 좋은 골프는 태도에서 나온다.
러브버그의 수명은 불과 며칠에 지나지 않는다. 그 짧은 생애 동안 그들은 사랑을 이어 가고, 생명을 남기고, 숲을 위해 자신의 몫을 다한다. 길고 짧음이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맡은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살아냈는지가 생명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작은 곤충이 보여 준다.
골프도, 인생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매 라운드에서 버디만 기록할 수 없고, 인생에서도 좋은 날만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순풍과 역풍, 햇살과 비, 환호와 침묵까지 모두 받아들이며 걸어갈 때 비로소 골프는 철학이 되고 풍요로운 여정이 된다. 어쩌면 러브버그는 우리에게 사랑만 가르치는 곤충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자연이 보낸 작은 스승인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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