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홍명보 감독, 이제 환경 탓도 못 한다...'전쟁 중' 이란, 비자 장벽+최악의 이동 거리에도 한국보다 위

신인섭 기자 2026. 6. 2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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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누구는 전쟁과 비자 장벽, 강제 이동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승점 3점을 따냈다. 반면 누구는 이른바 ‘꿀조’라는 평가 속에서도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란과 한국의 월드컵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란은 27일 오후 12시(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G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집트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이란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무승부로 마쳤다. 뉴질랜드전 2-2, 벨기에전 0-0, 이집트전 1-1. 승리는 없었지만 패배도 없었다. 승점 3점, 골득실 0으로 조 3위에 자리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A조에서 1승 2패, 승점 3점, 골득실 -1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승점은 이란과 같지만 골득실에서 밀린다. 한국은 이집트가 이란을 잡아 주길 바랐지만, 이란은 끝내 버텼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쇼자 칼릴자데의 극장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며 승리까지 놓쳤다. 그럼에도 이란은 한국보다 높은 위치에 섰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이란이 처한 환경이다. 이란은 이번 대회를 정상적인 분위기에서 치르지 못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었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전쟁이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이란에서만 수천 명이 숨지고 수만 명이 다쳤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선수단은 조국이 전쟁의 상흔을 겪는 가운데 월드컵을 준비해야 했다.

이에 입국 과정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선수단과 일부 필수 스태프는 대회를 불과 열흘가량 앞두고서야 미국 입국 비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축구협회 주요 인사와 일부 지원 인력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대표팀 운영에 필요한 인력까지 제한된 상황에서 이란은 정상적인 대회 준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개최지 문제도 있었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지만 이란의 조별리그 경기는 미국의 LA와 시애틀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 내 베이스캠프를 차릴 수 없었다. 비자 문제와 정치적 긴장 속에 선수단은 멕시코 티후아나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미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는 기형적인 일정이 반복됐다.

▲ ⓒ연합뉴스/REUTERS

메흐디 타레미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 기간 이란 대표팀이 겪은 조직 문제와 이동 문제를 지적하며 대회 운영을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또 미국에서 자신들이 진정으로 환영받고 있는지 의문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입장에서는 경기장 안팎 모두가 싸움이었다.

그런데도 이란은 무너지지 않았다. 전쟁의 여파, 비자 문제,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는 불편한 이동, 제한된 지원 인력 속에서도 3경기에서 모두 패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이번 조 편성 직후 ‘역대급 꿀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멕시코, 남아공, 체코와 한 조에 묶이면서 충분히 32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이동거리 또한 개최국 멕시코보다 혜택을 받았다. 한국은 과달라하라에서 두 경기를 치르고 몬테레이로 이동해 한 경기를 소화했다. 총 637km밖에 이동하지 않으면서 48개국 가운데 7번째로 적은 이동거리를 자랑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만큼 대조가 더 선명하다. 이란은 전쟁과 정치적 압박, 비자 제한, 이동 악조건 속에서도 승점 3점을 지켜냈다. 한국은 훨씬 안정적인 환경과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은 조 편성 속에서도 같은 승점 3점에 그쳤고, 골득실에서 이란보다 뒤처졌다. 같은 승점이라도 받아들이는 무게는 전혀 다르다.

이란의 승점 3점은 버텨낸 결과였다. 한국의 승점 3점은 놓쳐버린 결과에 가깝다. 이란은 악조건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토너먼트 가능성을 붙잡았고, 한국은 좋은 조건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좁혔다. 그래서 더 쓰라리다.

이제 환경 탓도 못 한다. 홍명보 감독은 남아공전 패배에 대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리가 치렀던 세 경기 중 가장 좋지 않았던 건 맞다”라며 “다른 이유를 찾아도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환경적인 요인이 조금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월드컵은 환경 탓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까지 비교하면, 홍명보호의 부진은 더욱 변명하기 어려워진다.

▲ 출처| fox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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