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세상 흑백 아냐…'호남 반도체' 직권남용 아니니 비난 마라"(종합)
유승민과 설전…李 "공식적으로 공개할 테니 서두르지 말길"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관한 여러 우려에 대해 "세상은 흑백만으로 돼 있지 않다. 회색도 빨강, 파랑도 있다"며 "이런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 지시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지도나 조성행정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관련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결정에 청와대 등 정치권의 개입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인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국가정책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기업들 팔목 비틀어 강요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일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일은 정확히 말하면 정부의 용수, 전력, 용지, 인프라, 인력양성, 정주여건 구축 등 기업환경 조성과 공직자들의 설득·요청에 따라 CEO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결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생존전략이 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행정 목표 달성을 위해 공직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한 결과이고, 전무후무한 초대규모 지역투자 유치라는 역사적 성과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정부 최대 성과를 만들어낸 담당 공직자들, 국민과 국가에 유익한 대결단을 해 주신 관계 기업인들의 사기를 고려해 자신들이 과거 행위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도 그럴 것이라 지레짐작하며 비난·비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문제를 두고 정치권에선 난타전이 벌어졌는데, 이번 일에 물 부족 상황이라는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이 대통령이 공유하며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도체 첨단기업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 요소인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초대규모 공장 설립 계획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며 클러스터 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측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하이닉스) 호남 반도체 투자설'을 두고 국민의힘은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트는 관치경제를 한다면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국가산업·균형발전전략을 정쟁 소재로 삼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반박하며 공방이 있어왔다.

이날도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호남에 물이 충분하며, 시스템만 갖추면 하루 100만 톤 공급도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방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은 물의 양뿐 아니라 수질도 중요하다"며 "전문가들은 농업용 저수지나 담수호의 물에 포함된 요소(우레아) 등 불순물이 반도체 공정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물 부족과 수질 문제를 운운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비과학적 가짜뉴스"라며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산으로 객관적 사실을 외면한 채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어 "국가 백년대계와 지역 발전의 싹을 자르려는 맹목적인 비난은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간 설전은 눈길을 끌었다.
유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을 향해 "두 회사가 자율적인 경영 판단으로 호남을 선택했다고 우기기에는 호남의 반도체 입지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조금 기다리면 공식적으로 공개할 것"이라며 "너무 서두르지 마라"고 받았다.
유 전 의원이 이 대통령의 '용수 부족 논란 해명'에 대해 "물 외에도 반도체 공장에 필수적인 전력, 인력, 부지, 소부장 얘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왜 물만 얘기하나"라는 비판에 재반박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에는 용수 외 전력 특히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때문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미 수도권은 포화상태이고,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서남해안"이라며 "지진 없는 안정되고 값싼 용지도 저개발 호남이 최고"라고 적었다.
유 전 의원은 이에 "반도체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는 건 장점이 아니라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한다"며 "왜 안정적인 원자력이 남아도는 영남을 두고 재생에너지 타령을 하는지 답답하다"고 다시 반박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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