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반도체 호남행 '압력설'에 "CEO들이 회사 이익 따라 결단한 것"

이성택 2026. 6. 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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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설득, 요청에 CEO들이 이익 된다 판단해 결단"
"재생에너지 가장 풍부한 곳이 서남해안" 호남 부지 확인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호남이 사실상 선정된 배경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정부의 설득과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부당한 압력과는 거리가 먼 '행정지도'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엑스·옛 트위터)에 '靑의 압력일까, CEO의 결단일까...삼전닉스 호남행 후폭풍'이라는 제목의 주간지 기사를 공유하며 이 같이 밝혔다. 해당 기사는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가 호남으로 선정된 것이 기업의 자율적 투자 결정인지, 정부의 압력인지 정치권 목소리가 엇갈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압력설에 대해 "국가 정책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기업들 팔목 비틀어 강요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일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러나 이 일은 정확히 말하면 정부의 용수, 전력, 용지, 인프라, 인력양성, 정주여건 구축 등 기업환경 조성과 공직자들의 설득·요청에 따라 CEO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여 결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입지 선정에 정부의 설득과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 지시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지도나 조성행정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를 색깔에 빗대 "세상은 흑백만으로 되어 있지 않다. 회색도 빨강, 파랑도 있다"고 했다. 기업의 100% 자발적인 선택도, 정부의 압박도 아닌 중간 지대에서 부지 선정이 이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생존전략이 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행정 목표 달성을 위해 공직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한 결과이고, 전무후무한 초대규모 지역투자 유치라는 역사적 성과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이 게시글은 이 대통령이 이날 낮에 올렸다가 여러 해석을 낳은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는 글을 부연하는 성격도 있다.


"재생에너지 가장 풍부한 곳이 서남해안" 호남 부지 확인

한편 이 대통령은 또 다른 X 게시글에서는 "반도체 산업엔 용수 외 전력, 특히 RE100(재생에너지 100%) 때문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이미 수도권은 포화상태이고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서남해안"이라고 썼다. 이 대통령은 "지진 없는 안정되고 값싼 용지도 저개발 호남이 최고"라고도 덧붙였다. 아직 입지를 공식 발표하기 전이지만 이 대통령이 사실상 호남이 제2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라고 못을 박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 게시글에서 "반도체는 물만으로 안 된다"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주장에 반박하는 형식을 취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반도체 공장에 필수적인 전력, 인력, 부지,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왜 물만 이야기하느냐"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우 용수 부족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한 언론 보도를 두고 "호남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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