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공원이나 만들지"… 창원시 '5대 난제'가 남긴 교훈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2026. 6.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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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 5월21일 강기윤 국민의힘 창원시장 후보가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청 인근 최윤덕장상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강기윤 창원시장 후보 합동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기윤 창원시장 당선인이 벌써부터 바쁘다. 시장 취임 전부터 방치된 지역사업 현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급기야 강 당선인은 창원시 5대 난제를 직접 선정했다. 마산해양신도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롯데백화점 마산점, 창원문화복합타운, 액화수소플랜트 등 5곳이다. '빅트리'처럼 안타깝게 다섯 손가락 안에 못 든 곳도 있다. 기자들이 이것저것 따져 물으니 수시로 다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세웠던 구호는 '일자리 10만 개 창출'이다. 그에 비하면 상당히 차분하고 현실적인 행보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게 참 반갑다. 그렇다고 해결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보여주기식 행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기대를 거는 이유가 있다. 그나마 또 나만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토목 개발 감성 가득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꼽은 5대 난제 중 단 한 개만 제대로 처리해도 그 능력은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테다. '일자리 10만 개'는 잠시 접어두셔도 좋겠다.

마산해양신도시에 3400억 원, 민주주의전당에 350억 원, 창원문화복합타운에 800억 원, 액화수소플랜트에 1050억 원이 투입됐다. 도합 5600억 원이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2024년 7월 폐점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지금껏 제 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5600억 원짜리 헛수고는 누적치다. 새로 선출된 시장들이 전임 시장의 헌것들은 덮어두고 나만의 것을 만들려고 했던 결과값이다.

이른바 5대 난제가 처한 상황을 보면 골이 아프다. 마산해양신도시는 신항을 만들면서 나온 준설토를 마산만 바다 한가운데 투기해 만든 인공섬이다. 건설 비용을 옛 마산시가 떠안았다. 새로운 땅을 분양하면 비용 회수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10년 넘도록 민간사업자 선정은커녕 지금껏 소송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주의전당은 3·15의거 등 마산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추진된 시설로 국비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는 쏙 빼놓고 뜬금없이 산업화를 조명하는 등 부실 전시 논란에 휩싸이며 개관이 미뤄졌다.

창원문화복합타운은 민간사업자에게 아파트 건설 허가를 내주는 대신 K-POP 관광시설을 만들려다가 분쟁에 휩싸이며 유령건물이 됐다. 액화수소플랜트는 시설을 다 지어놓고도 생산한 액화수소를 구매해 쓰겠다는 수요처를 찾지 못해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해양신도시 조감도. 사진=창원시 제공

창원시에는 이처럼 '망한' 사업이 많다. 단지 불운한 탓일까. 그렇지 않다. 사업의 출발점을 되짚어보면 국가 주도 제조업으로 성장한 도시의 상상력이 얼마나 허약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창원은 옛 마산을 포함해 애초 국가가 산업화를 위해 점찍어 키운 계획도시다. 도시를 성장시키는 방식도 오랫동안 비슷했다. 땅을 조성해 공장을 세우고, 산업단지를 확장하고,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제조업 도시로서는 꽤 성공적인 모델이었다.

공장을 세우던 자리에 이제는 관광시설을 세우고 문화시설을 세운다. 하지만 사고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땅을 조성하고, 민간사업자를 끌어오고, 개발 이익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시민들의 삶의 질이 올라가면서 도시행정도 문화적 소양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시민 교양과 문화는 작은 단위의 공간과 공동체가 그물망처럼 연결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관광시설을 세우기 바쁘다. 행정가와 정치가의 눈은 외부로 자꾸만 향한다. 도시는 살아가는 공간인데 보여주는 공간이 돼버리기 일쑤다.

취재를 하며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차라리 공원이라도 만들지…”

냉소처럼 들리지만 곱씹어볼 만한 말이다. 적어도 공원은 지역민들에게 쓸모가 있다.아이들이 뛰어놀고, 시민들이 산책하고, 노인들이 쉬어간다. 화려한 랜드마크는 아닐지 몰라도 시민들은 매일 이용한다. 도시가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가장 단순한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견제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창원시의회는 오랫동안 여대야소 구조가 이어졌다. 행정을 감시하고 정책을 검증해야 할 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역언론의 스피커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가닿지 못했다. 서울 언론 역시 '사람이 개를 무는' 수준의 기이한 일이 벌어질 때나 지방에 관심을 가진다.

강기윤 당선인의 행보가 중요하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시장은 많았다. 실패한 사업을 정리하는 시장은 드물었다. 창원시에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청사진이 아니다. 이미 쏟아부은 5600억 원을 어떻게든 시민의 자산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어쩌면 그것이 새로운 랜드마크 하나를 성공시키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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