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압력일까, CEO의 결단일까…‘삼전닉스 호남행’ 후폭풍

박성의 기자 2026. 6. 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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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물 없는 지역에 공장 권유 안 해”…野 용수 부족론 반박
유승민 “닥치고 무조건 호남”…1998년 ‘반도체 빅딜’ 소환
한동훈 “명청대전 총알” 오세훈 “대기업 팔 비틀기” 공세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도체 첨단기업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요소인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초대규모 공장설립 계획을 할만큼 어리석지 않다."(이재명 대통령)

"삼전닉스가 없었다면 이재명은 뭐로 버텼을까. 주가도, 수출도, 성장률도 삼전닉스만 붙잡고 버티고 있다. 어렵던 시절 버티다 간신히 반도체 빛 좀 보는데, 이것저것 다 뜯기고 있는 삼전닉스도 참 안타깝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반도체 공장이 어디에 들어설 지는 정권이 정하면 안 된다. 정말 기업이 자율로 판단하는 거라면 정권은 입을 닫고 있으면 된다. 자율이라면서 신호는 청와대가 보내고 생색은 여당이 낸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AI(인공지능) 생태계와 지역 경제를 바꿀 전환점일까,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흔드는 정치권력의 개입일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 구상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은 지역균형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앞세우고 있지만, 야권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의식한 정치적 개입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李대통령 "삼전닉스 어리석지 않아"…'자율 판단' 강조

이번 논란은 이 대통령이 오는 29일 재계 총수들과 함께 '호남 반도체 투자' 구상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본격화했다. 이 대통령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고위급과 잇따라 접촉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규모 투자 가능성을 시사하자 야권에서는 "기업의 자율적 투자 판단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입지 압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방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호남이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적합한지,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결정이 기업의 자율적 판단인지 여부다. 여권은 호남의 용수·인프라 부족론을 반박하며 "전국적 상생·공존 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공정한 유치 경쟁도 없이 호남으로 간다면 정치경제적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27일 호남의 정치적 입지가 아닌 경제적 요건이 이번 투자의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며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호남 용수 부족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첨단도시 발전에 필요한 만큼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수자원을 제대로 배치·관리하면 하루 100만톤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호남의 수자원 관리 문제를 과거 지역 불균형 구조와 연결 지었다. 그는 "수십년간 분할 지배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호남을 농업도시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농업용수 공급 필요를 충족시키는 정도로 수자원을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요소인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초대규모 공장설립 계획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며 "정부도 물이 없는 지역에 공장을 짓도록 권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지역 균형발전과 전국적 상생·공존 정책에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을 올린 지 4분 뒤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며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타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글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무리하게 반도체 공장의 호남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야권의 비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게시글에 대해 "원칙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G7 참석·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도 야권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총리는 전날(26일) 엑스에 "낡은 정치가 또 미래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며 "기업이 시장 논리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면 정부는 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초래한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공장을 건설 중"이라며 "뒤처지면 죽는다"고 했다. 이어 "용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온 세계적 기업들의 결정이 정부의 압박으로 좌지우지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토지 비용, 전력, 용수, 전문인력 등을 종합 고려하고 무엇보다 장기적 안정성과 경제성을 숙고했을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 결정의 성공을 위해 전폭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야권의 문제 제기를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그는 "겨우 내란을 극복하고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에 경제전쟁 앞의 기업 판단을 또다시 정치 공세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대권을 꿈꾸건, 검찰 출신이건 악습을 고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를 망치는 것도 모자라 경제와 미래의 발목까지 잡아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25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로 1위를 차지했다. 1분기 매출액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8%로 1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제2 반도체 빅딜" "정치 개입"…野 '백지화' 촉구

반면 야권은 정부가 기업의 투자 입지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는 것을 두고 "삼전닉스가 없었다면 이재명은 뭐로 버텼을까. 주가도, 수출도, 성장률도 삼전닉스만 붙잡고 버티고 있다"며 "어렵던 시절 버티다 간신히 반도체 빛 좀 보는데, 이것저것 다 뜯기고 있는 삼전닉스도 참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구상을 과거 '반도체 빅딜'에 빗대며 백지화를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1998년 정부 주도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긴 '반도체 빅딜'을 거론하며 "국가 권력이 민간 기업에게 폭력적인 강압을 행사한 흑역사"라고 했다. 이어 "정치 권력이 은행을 앞세워 강압으로 반도체를 빼앗으니 LG는 저항 한번 못하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고, 이 빅딜은 두고두고 'LG의 한(恨)'으로 남았다. 빅딜 직후 대우그룹은 공중분해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28년이 흐른 지금 또 반도체를 두고 국가권력이 폭력적 강압을 시전한다. '제2의 반도체 빅딜'"이라며 "이번에는 호남을 콕 집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둘 다 무조건 호남에만 대규모 투자를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인사들도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SNS에서 "이재명 정권은 명청대전 전당대회에서 총알로 쓰기 위해 삼성, SK 총수를 줄줄이 불러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호남에 지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만약 강압에 굴복한 총수들이 그러겠다고 하면 정부는 기업이 정부시책에 호응해 '자발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한몫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하는 것과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서 "표 계산을 위해 대기업의 팔을 비틀고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국정운영 사유화'"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 이사회가 치열하게 결정해야 할 산업 입지를 청와대 정책실장이 선언하고 대통령이 하명했다"며 "이재명 정권의 강제 갈취는 기업에도 호남에도 결코 도움 되는 선택이 아니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반도체 공장이 어디에 들어설 지는 정권이 정하면 안 된다. 전력, 용수, 송전망, 협력사, 인력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용인조차 첫 팹 가동까지 6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기업이 자율로 판단하는 거라면 정권은 입을 닫고 있으면 된다"며 "자율이라면서 신호는 청와대가 보내고 생색은 여당이 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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