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작심 발언.. 호남 물 논란 정면돌파
하루 100만톤 공급…수자원 관리가 핵심 과제
삼성·하이닉스 투자 근거로 용수 우려 일축
지역갈등 대신 '균형발전 해법' 요구 목소리

이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이 수자원의 절대량이 아니라 관리 체계와 정책 의지에 있다고 강조했고, 청와대도 하루 100만 톤 규모의 산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는 검토 결과를 제시했다. 오랫동안 산업 기반 확충에서 소외됐던 호남이 첨단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이 드러난 셈이다.
이 대통령은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호남 용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공개하며 "수십 년 동안 호남을 농업 중심 지역으로만 관리해온 결과가 오늘의 인식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분한 수자원이 존재함에도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체계적인 활용과 배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지역 간 경쟁 구도를 활용하는 정치가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도 함께 내놓았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산업용수 확보 방안은 여러 수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존 댐의 여유 용량과 미사용 수량은 물론 농업용 보와 저류시설, 하수 재이용수 등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면 첨단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면 새로운 대규모 댐 건설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한 공급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막대한 용수가 필요한 초대형 반도체 공장을 물이 부족한 지역에 추진할 만큼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산업 여건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기업에 입지를 권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산업계와 정부가 이미 용수 확보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논란은 결국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미래차 등 첨단산업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성장축을 확대해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호남 역시 재생에너지와 항만, 넓은 산업용지 등 여러 강점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용수 부족이라는 인식이 투자 확대의 걸림돌처럼 작용해 왔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수자원 데이터를 근거로 반박에 나선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산업 입지 경쟁은 이제 교통망이나 부지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관리 체계가 계획대로 구축된다면 호남은 미래 첨단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호남 산업 육성과 국가균형발전 전략에 대해 일관된 비전보다 정치적 공세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양상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수자원 확보 방안과 관리 계획을 설명하는 상황에서도 정책 검증보다 지역 갈등을 자극하는 프레임에 집중하는 모습은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국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사안을 정쟁의 소재로 소비한다면 지역 간 불신만 키우고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용수 공급 계획은 정밀한 환경영향 검토와 시설 투자, 지방자치단체 협력, 주민 의견 수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위험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수자원 관리 전략도 필수 과제다. 공급 능력을 수치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시장과 기업의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호남 산업용수 논쟁은 물의 많고 적음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가 어떤 지역을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할 것인지, 오랜 지역 불균형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의 문제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정치권이 소모적인 지역 대립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학적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갈 때 비로소 균형발전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