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의 언어 대신 기회의 언어…아프리카가 스페인어를 택하는 이유

박강현 기자 2026. 6. 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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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강호’ 프랑스어나 영어 대신 스페인어 학습 인기
스페인 국기가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 발코니에서 펄럭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EPA 연합뉴스

한때 프랑스어와 영어가 주도하던 아프리카의 제2외국어 시장에서 스페인어가 빠르게 세력권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스페인어 학습자가 35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문화적 영향력과 활용도가 높은 스페인어가 새로운 기회의 언어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어권의 전통적 영향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이주·취업 기회와 스페인어권 문화에 대한 호감도 등이 맞물리면서 스페인어가 ‘제2외국어’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 뒷받침되는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스페인어 학습자는 현재 350만명으로2014년 이후 두 배 이상 늘었다. 전 세계 스페인어 학습자의 13%에 해당하며 이 가운데 카메룬은 학습자가 120만명으로 미국(850만명), 브라질(400만명), 프랑스(360만명), 영국(200만명)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이외 코트디부아르(100만명), 베냉(72만5000명) 등도 스페인어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고 한다.

26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우루과이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경기에서 스페인 팬들이 국기를 든 채 응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어가 아프리카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정식 교육 제도에 편입된 점이 꼽힌다. 스페인 정부가 전 세계 스페인어 보급을 위해 설립한 세르반테스 문화원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10개국에서 스페인어는 중·고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세네갈, 카보베르데, 가봉, 적도기니, 마다가스카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토고 등에서도 스페인어 교육 기반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다.

스페인어가 가진 문화적 영향력 자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페인어권 영화·드라마와 음악 콘텐츠는 각종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스페인어를 쉽게 접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또 스페인과 중남미 못지 않게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인기 있는 축구가, 아프리카 청년층들로 하여금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은 언어’로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스페인어 사용자는 5억~6억 규모로, 범용성 측면에선 영어 다음으로 활용도가 큰 언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과거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프랑스어의 국제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가운데, 스페인어는 비교적 ‘지배의 언어’가 아닌 ‘기회의 언어’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스페인 정부와 세르반테스 문화원은 스페인어 보급을 위한 전략적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르반테스 문화원은 2010년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작은 교실에서 출발해 2021년 정식 문화원을 열었고, 최근 코트디부아르에도 새 거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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