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도체 투자’ 호남권 물부족 반박하며 “돼지 눈에는 돼지 보여”
"호남권도 물 충분한데, 농업용 방치"
김용범 정책실장도 "상식 밖 주장 횡행"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물 부족 문제가 예상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는 비유를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정부가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 예상되는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용수 활용 등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게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 기사에 대해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며 “다만 수십 년간 분할지배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호남을 농업도시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농업용수 공급 필요를 충족시키는 정도로 수자원을 방치해 왔을 뿐”이라고 짚었다. 이어 “첨단도시 발전에 필요한만큼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수자원을 제대로 배치 관리하면 하루 100만톤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도체 첨단기업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 요소인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초대규모 공장 설립 계획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며 “정부도 물이 없는 지역에 공장을 짓도록 권유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입장을 떠나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지역균형발전과 전국적 상생공존 정책에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의 비수도권 지역 첨단전략산업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앞서 19일과 2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각각 만나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이를 8·17 민주당 전당대회를 위한 ‘호남 밀어주기’ 차원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호남권 물부족 우려를 일축하고 또 다른 게시글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며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타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적었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으나 이런 비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다만 동시에 범여권 논객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전날 이 대통령의 통합·포용 기조를 공개 비판한 데 따른 반응이라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이 대통령이 SNS에 게재한 글은 원칙적 내용”이라면서 “기업의 지방 집중 투자에 대한 억측과 허위 주장이 유포됨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같은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 공개에 앞서 “너무도 상식 밖의 주장이 횡행하고 있다”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설을 두고 불거진 용수 공급 문제에 맞섰다.
김 실장은 “서남권에 대규모 산업용수 공급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곧 수자원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핵심은 물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물 관리와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편견이 있는 물마저 없다고 주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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