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 더는 못 버텨”…배추농가 작목전환 가속화
병충해 늘어 방제·인건비 급증
1∼2년새 출하율 50%대 급락
양배추·감자 재배 잇따라 늘어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 우려


“몇년 뒤엔 나도 배추농사 접어야지. 이리 힘든 걸 자식들한테 물려줄 수도 없고···.”
25일 찾은 강원 태백시 혈동의 한 고랭지배추밭. 2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돼 배추 모종을 심고 물·약제를 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장종화씨(63)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해발 850∼1000m 완전고랭지 급경사 배추밭에서 35년간 배추농사를 지어온 베테랑이다. 올해는 6만6116㎡(2만평) 규모로 ‘썸머탑’ 배추를 심는다.
장씨는 “고랭지배추는 모종 심기부터 방제·수확 등 모든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 혼자선 힘들다보니 인력을 추가로 써야 한다”면서 “성인 남성 1명 일당이 15만∼18만원이라 아주심기(정식) 기간에만 하루 인건비가 300만원 이상 든다”고 토로했다.
◆“기후변화 더는 못 버텨”…‘여름배추 탈농’ 러시=여름배추 주산지인 강원지역 농가들이 고민에 휩싸였다. 여름철 이상기상이 상시화하면서 병충해가 늘고, 인건비와 방제비 부담이 늘면서 배추농사를 계속 지어야 하는지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류욱열 태백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센터장은 “과거엔 여름배추 출하율이 70% 수준이었는데 최근 1∼2년새 50%대로 급락하면서 농가 수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6월 엽근채소 관측’에 따르면 올해산 여름배추 재배의향면적은 3343㏊로 조사됐다. 전년과 견줘 6.6%, 평년보다 17.5% 줄었다. 예상 생산량은 23만8000t으로 전년과 비교해 8.3%, 평년 대비 1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경연 관계자는 “수년간 누적된 여름배추 수익성 악화와 이상고온에 따른 재배 여건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농가들에 따르면 배추는 생육 적온이 17∼23℃로 30℃를 넘으면 생장을 멈춘다. 신도선 태백농협 팀장은 “지난해 이맘때 태백지역 기온이 33∼34℃에 달했다”면서 “해발 고도가 높은 우리 지역은 5∼6년 전만 해도 이 시기엔 여름밤 기온이 24∼25℃ 아래였는데, 최근 몇년간 야간에도 높은 기온이 며칠씩 계속되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다.
실제로 장씨는 “약제를 탄 물을 이맘때 하루 6∼7t씩 쓴다”며 “희석액 7t 기준 약값만 2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올해는 날씨가 비교적 서늘하지만 여름엔 기상변수가 워낙 많아 8월까지도 작황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배추·감자 재배 풍선효과로 값 하락 악순환 우려=이런 어려움은 재배작목 급변동으로 이어졌다. 강릉의 한 산지출하조직 관계자는 “올해 고랭지·준고랭지 지역에서 감자나 양배추로 작목을 바꾼 농가가 꽤 된다”고 전했다. 양배추는 배추보다 더위에 강해 이상고온에도 품위 저하가 덜하고, 감자 역시 땅속에서 자라 기상 영향을 덜 받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올여름 감자 재배면적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었다. 농경연이 25일 내놓은 ‘7월 감자 관측’에 따르면 2026년 고랭지감자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5.7% 증가했다. 여름양배추 역시 평년보다 14.1% 확대됐다.
문제는 여름배추 재배 포기와 이에 따른 작목 전환이 또 다른 수급·가격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송영종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경매사는 “재배 쏠림 현상이 있는 작목은 공급과잉으로 시세가 약세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면서 “안 그래도 낮은 이들 품목의 가격이 더 내려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의 1∼26일 감자 경락값은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2만8253원으로 전·평년보다 8.3%·7.9% 낮았다. 이 기간 양배추 시세는 8㎏ 상품 한망 기준 3738원으로 전·평년보다 16.2%·30.8%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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