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4년의 기다림, 11회 연속, 26인 명단, 0.003%의 확률' 월드컵의 소중함 되새길 기회 되길

김아인 기자 2026. 6. 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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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포포투=김아인]

“넘어져도 돼, 또 다시 일어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서 울린 공식 주제가에서 선명한 한국어 가사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24년 전 자국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도 다신 없을 순간이라 생각했는데, 96년 역사상 월드컵 개막식에서 우리말로 된 노래가 들려오는 순간은 흐뭇하고 가슴 벅찼다.

감동에 젖은 와중에 문뜩 섬뜩한 상상이 떠올랐다. '만약 이 자리에 대한민국이 참가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주제가를 함께 부른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조국이 이탈리아였기에 더욱 씁쓸하면서도 무서웠다. 황금 세대를 등에 업은 대표팀과, 전 세계적으로 K-문화를 향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국이 받는 관심이 상당해 여느 때보다 자랑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32강행이 불투명해졌다. 체코와의 1차전 역전승으로 16년 만의 첫 경기 승리를 따내고, 멕시코전 패배 속에서도 단단함을 보여주며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3차전 남아공전에서 당한 0-1 충격패는 모든 시나리오를 꼬이게 만들었다. 전력상 명백히 우위에 있던 최약체를 상대로 복잡한 경우의 수 늪으로 추락했고,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졸전이었다”고 탄식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나머지 조별리그 경기가 거듭될수록 한국의 생존 확률은 삭제되고 있고, 축구계 전체는 거대한 혼돈에 직면했다. 축구인들의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를 넘었다.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도가 지나친 인신공격 수준의 악플을 법적 대응하겠다는 선수의 입장에는 비난 여론이 더 거세지는 등 어지러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월드컵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4년에 단 한 번, 대륙별로 철저히 제한된 티켓을 거머쥔 국가들만 누릴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 배정된 8.5장의 티켓을 뚫고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선수 개인에게는 더더욱 기적 같은 무대다. FIFA에 등록된 전 세계 축구 선수 통계가 약 4000만~600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단 1,248명뿐이고, 단순하게 계산하면 0.003%에 불과한 극악의 확률이다.

그만큼 모두에게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실력이 뛰어난 제아무리 월드클래스 선수라 해도 국적이 이탈리아라는 이유로 3회 연속 월드컵을 구경조차 못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웃 나라 중국은 24년째 부러운 눈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FIFA 가입국 중 무려 127개국은 단 한 번도 본선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최종 명단 발표 전날까지도 코치진이 고민을 거듭하다 문턱에서 탈락한 선수들도 있다. 혹은 국가대표 발탁 자체가 평생의 꿈이거나, 꿈도 못 꿔본 무명 선수들도 즐비하다. 주장 손흥민이 이 무대를 바라보고 미국 이적을 결심했듯, 옌스 카스트로프가 독일 국적 대신 태극마크를 선택했듯, 저마다 이 무대를 위해 피와 땀, 희생을 바치지 않은 선수는 없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본선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의 거센 투자에 불과 2년 전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결승 진출이 무산되는 충격을 맛보았고,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때는 예선 탈락이라는 참사를 겪었다. 아시아 축구의 평준화 속에서,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 무대 역시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평소 국내 리그에 비해 국가대표팀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독특한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온 국민이 축구라는 드라마를 통해 울고 웃으며 에너지를 모아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다. LA에서의 32강전이 무산되면서 홍명보호를 기다렸던 미국 한인사회는 충격에 빠졌고, LA행 티켓을 끊었던 축구 팬들도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축구에 관심 없던 팬들은 이미 아쉬움에 등을 돌렸을 수도 있다.

32강 진출 여부는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설령 극적으로 턱걸이에 성공해 기적 같은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든, 혹은 이대로 씁쓸한 귀국길에 오르든, 지금은 비난을 넘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본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축구협회, 지도자, 선수, 축구계 종사자, 그리고 팬들까지 한국 축구의 발전을 바란다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막중한 책임감과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 다시 오지 않을 이 귀중한 무대에서, 마지막 순간에라도 대한민국 축구의 품격과 진심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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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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