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강타한 ‘오메가 열돔’…원전 멈추고 도로 갈라지고 관광명소 빗장

유럽을 달군 폭염이 서유럽을 넘어 중부 유럽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독일은 26일(현지시간) 서부 지역 수은주가 40도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럽 곳곳에서는 야외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고 인명피해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프랑스 국경과 맞닿은 자르브뤼켄의 기온이 41.3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9년 7월 25일 뒤스부르크·퇴니스포르스트에서 관측된 종전 연중 최고치 41.2도를 넘어선 기록이다.
독일에서 6월 기온이 40도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6월 최고 기록은 2019년 6월 30일 베른부르크에서 측정된 39.6도였다.
이날 독일에서는 바트크로이츠나흐가 40.7도, 트리어가 40.1도를 기록하는 등 모두 147개 관측소에서 6월 최고기온이 경신됐다.
독일 기상청은 열파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오는 28일 동부 일부 지역 기온이 42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기상청은 “고기압 중심이 동유럽 쪽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습하고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독일로 흘러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기상당국은 고기압이 더운 공기를 가두고 양옆에서 저기압이 막아서는 형태가 그리스 문자 Ω(오메가)를 닮았다고 해서 이를 ‘오메가 열돔’이라 부른다.

스위스도 전날에 이어 이틀째 곳곳에서 6월 최고기온 기록이 무너졌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프랑스·독일과 국경을 맞댄 바젤이 이날 38.8도까지 올랐다. 동부 알프스 인근 마을 부흐스도 37.8도를 기록해 6월 기록을 새로 썼다. 수도 베른은 36.0도로 이틀 연속 6월 신기록을 세웠다.
폭염은 일상도 멈춰 세웠다. 이번 주말 독일 각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라톤 대회와 아마추어 축구 경기, 성소수자 축제가 대부분 취소됐다.
독일 동서를 가로지르는 2번 고속도로는 노면이 열기에 갈라지면서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튀링겐주 정부는 제설차까지 동원해 도로에 물을 뿌리며 열기를 식히고 있다.
스위스 베츠나우 원자력발전소는 이날 원자로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냉각수로 끌어 쓰는 아레강 수온이 25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원전 측은 데워진 냉각수를 다시 방류하면 수온이 더 올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유럽에서도 폭염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오렌지 경보가 내려진 벨기에는 이날 기온이 35.3도까지 올라 24일부터 사흘 연속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영국 역시 일부 지역이 37.3도를 기록하며 사흘 연속 6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폭염은 국경을 넘나드는 교통망도 흔들었다. 벨기에에서는 더위로 인한 열차 고장이 잇따라 유로스타 2편의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독일 쾰른발 프랑스 파리행 유로스타가 오전에 기술 결함으로 루벤 인근에서 멈춰 서면서 승객 400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오후에는 파리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유로스타가 전력 공급 문제로 안트베르펜 인근에 발이 묶였다.
행사 취소도 이어졌다. 벨기에에서는 해마다 열리던 워털루 전투 재연 행사가 무산됐고, 네덜란드에서는 유서 깊은 테크노 음악 축제가 취소됐다.
워털루 전투 재연 조직위는 AFP통신에 “안전을 위해 올해 행사를 취소한다”며 “대중과 참가자, 자원봉사자, 구급 요원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브뤼셀 남쪽 소도시 워털루에서는 1815년 6월 18일 웰링턴 공작이 이끈 유럽 연합군이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에 결정적 패배를 안겼다.
이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6월 마지막 주말이면 수백 명이 나폴레옹 시대 의상을 갖춰 입고 당시 전투를 재연하며 전 세계 역사 애호가들을 끌어모아 왔다.
네덜란드 중부 비딩하위젠에서 25일부터 나흘간 예정됐던 데프콘 테크노 음악 축제도 결국 열리지 못했다.
위도가 높아 여름에도 비교적 선선한 네덜란드지만 며칠째 무더위가 이어지자 기상청은 25일 이례적으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주말 예정이던 성소수자 행진 ‘파리 프라이드’가 경찰의 금지 방침으로 취소됐다.
프랑스 일부 도시 기온이 40도를 넘긴 가운데 파리 병원들은 온열질환 응급환자가 급증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관광 명소도 잇따라 빗장을 걸었다. 런던 타워브리지는 방문객과 직원의 안전을 이유로 26일까지 문을 닫았다.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과 영국 박물관은 일부 전시실 폐쇄 가능성을 공지했고, 독일 연방의회도 관광 명소인 옥상 유리돔을 주말 동안 닫기로 했다.
영국에서는 열차 지연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비셔와 그레이터맨체스터 등지에 산불이 번져 소방관들이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영국에는 폭염에 더해 폭풍과 홍수 예보까지 겹쳤다. 잉글랜드 북부와 북아일랜드에는 이날 저녁까지, 스코틀랜드에는 27일 새벽까지 폭풍 황색경보가 내려졌다.
이날 새벽 글래스턴베리의 한 양로원에서는 낙뢰로 불이 나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명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마리나 페라리 프랑스 스포츠장관은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전날 저녁까지 모두 55명이 익사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더위를 피하려 강이나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크루메랑케 호수에서 전날 17세 청소년이 숨졌다. 영국에서도 잉글랜드 중부 호수에 들어갔던 10대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런던 구조당국은 긴급 구조 요청 전화가 평소보다 50%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차량 안에 방치된 어린이들의 희생이 잇따랐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는 이달 23일 폭염으로 달궈진 차 안에 방치됐던 생후 18개월 영아가 열사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당시 마르세유 기온은 33도였다.
앞서 22일에는 프랑스 남부에서 2세·4세 어린이가, 24일에는 파리에서 3세 남아가 차량 안에서 숨졌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는 이달 21일 이후 폭염 관련 사망자가 327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23일 북부 칸타브리아 기온이 43.7도까지 올라 이번 폭염이 정점을 찍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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