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삼전닉스뿐?” 반도체는 어떻게 환율을 잡을 수 있을까 [Deep Spot]
반도체 기업 국내투자 등 원화 환전↑
국민연금 환헤지·국장비중 확대 예정
외환시장 24시간, ‘왝더독’ 줄어들까
외국인 순매도 행렬은 환율상방 압력
美 인플레發 금리인상 기대에 강달러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7/ned/20260627100924911rwiw.jpg)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갇혀 꼼짝 못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평균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고환율이 고착화 됐는데도 외환당국과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하반기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환율이 잡힐 수 있다고 예측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투자 확대와 세금 지출에 따른 원화 환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 ‘큰손’인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늘리고 국내 주식 비중도 키울 경우 하방 압력은 더 올라갈 예정이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도 환율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좀처럼 멈추지 않는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와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기대 등은 반대로 환율 경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26일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83.1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494.8원)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351.1원)과 비교하면 132원 높다. 환율은 지난달 15일부터 29거래일 연속 1500원대 주간 종가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하반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 확대나 세금용 원화 환전 수요가 환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규모는 52조1531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28조5793억원)와 합치면 80조원이 넘는 규모다. 치솟는 반도체 수요를 고려하면 앞으로 설비 투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7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늘었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민간 부문 투자액이 35.6% 늘어난 49조원에 달했다.
오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호남·충청권 투자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규모는 수백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반도체, AI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분야에서 정부와 기 업이 같이 노력해 만든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자리”라며 “나오는 (투자 관련)숫자들이 매우 낯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중간예납 법인세를 내기 위해 조만간 대규모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IB 사이에서는 8월 중순까지 주요 반도체 기업의 관련 환전 규모가 최대 수백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반도체 특수’에 연간 국세수입은 431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 전망치를 20조원 웃도는 규모다.
당국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국내 공장 건설·설비 투자 등에 쓰고 막대한 세금을 내기 위해 해외에서 번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수출로 들어온 달러가 국내에 투입되면 원화 매입 수요 증가와 달러 공급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며 환율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쓰고 있다.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79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이어 4월도 282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2위에 올랐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7/ned/20260627100925618ftkr.jpg)
국민연금의 운용 전략 변화도 하반기 환율 하방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900조원이 넘는 해외자산에 대한 환헤지 목표 비율을 15%로 설정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실행하기로 했다. 환헤지란 미래의 환율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는 전략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에 대해 환헤지를 하면 시장에 달러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환율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잠재적으로 약 900억달러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현재 집행된 환헤지 비율은 한자릿수 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연간 해외투자 목표를 줄이고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하고 있는 점도 환율에는 긍정적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확대하기로 했다. ‘큰손’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줄면 그만큼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도 줄면서 환율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외환시장 운영 시간을 24시간 연장하는 것도 환율을 끌어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월 6일부터 원/달러 외환 시장은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연속 운영한다. 현재는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만 장을 연다. 나머지 시간에서는 NDF(역외선물환) 시장을 통해 거래된다.
NDF란 해외에서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달러로 차액만 정산하는 거래다. 적은 돈으로도 환율 흐름에 따른 차익을 노릴 수 있어 투기적 거래가 많다. NDF 시장에서 달러 매수 수요가 늘어나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등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고, 그 과정에서 환율이 추가로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이른바 ‘꼬리(NDF)가 몸통(외환시장)을 흔드는(왝 더 독)’ 구조다.
당국에서는 NDF 거래 수요를 일부 외환시장으로 흡수함으로써 환율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오전 2시로 연장된 뒤 환율 갭 변동성은 52.6% 감소했다. 해외 주요 정치·경제 사건의 충격이 야간에도 즉각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환율이 장 시작과 동시에 튀는 현상은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에서는 환율 수준 자체를 떨어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인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행렬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스피(KOSPI)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이 급등하자 외국인들이 자산 재조정(리밸런싱) 차원에서 국내 주식을 대거 팔고 있다. 주식을 매도해 받은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만 국내상장주식 47조19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까지 누적 순매도 규모는 114조2240억원으로, 작년 연간 순매도액(11조768억원)의 10배를 웃돌았다.
외국인 순매도세는 외환당국의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지는 분위기다. 당국은 6월부터는 차츰 순매도세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달에도 26일까지 총 19거래일 중 5거래일(26.3%)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순매도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외국인 순매도세에도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것이다. 25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39.7%였다. 연초(33.2%)보다 오히려 6.5%포인트 커졌다. 주식을 판 것 이상으로 주가가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추가 차익실현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24일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주가가 상당폭 조정을 보이다가 최근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리밸런싱 필요성이 커졌을 수 있다”면서도 “언제 마무리될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신임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7/ned/20260627100926389xonv.jpg)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이도 향후 환율 경로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로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8일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네 차례 동결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근거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예측치의 중간값은 3.8%로 나타났다. 연내 한 차례 정도 인상이 참여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기준금리 예측 도구인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올해 말 금리를 최소 한번 이상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81.7%에 달했다. 한달 전(67.9%)보다 13.8%포인트 올랐다.
커진 금리 인상 가능성에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고, 상대적으로 원화는 약세를 띠는 흐름이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24일(종가 기준) 101.61로 지난해 5월 12일(101.79) 이후 약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5일에는 101.43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금리 경로 수정으로 연말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 축소 압력이 약해질 것이고,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움직임 지속으로 환율 하락을 이끌 수급적 요인도 제한적”이라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이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훈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점도표의 분포가 매우 양극화돼 있다는 점, 고용 시장이 우려와 달리 과열에 가까운 흐름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시장의 우려에 비해 높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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