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앉아 있다가 허리가 위험해졌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부터 나이가 들어 점차 척추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노년층까지, 허리는 통증에 시달리기 쉬운 부위다. 특히 운동 부족과 잘못된 자세처럼 척추에 부담을 늘리는 요인 탓에 젊은 나이에도 허리 건강에 문제를 겪는 경우도 늘고 있다. 허리 통증은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기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이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부터 시작해 엉덩이와 다리까지 통증이 뻗친다는 점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구체적 원인은 다르지만 허리 쪽을 지나는 신경이 압박을 받아 여러 증상을 유발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허리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으면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손상돼 내부의 수핵이 빠져나오면서 신경근을 압박하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이름 그대로 척추관이 좁아진 탓에 이곳을 지나가는 척수신경이 눌려 통증이나 감각 이상을 유발한다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허리 디스크가 비교적 더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척추관협착증은 이미 디스크가 튀어나왔거나 척추 후관절·황색인대 등이 두꺼워지면서 퇴행성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어 나타날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는 수분이 줄어들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외부 압력에 손상되기 쉬워지는데, 찢어진 디스크 내부에서 수핵이 빠져나오면 신경을 자극하고 염증반응 등을 일으켜 통증과 감각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 잘못된 자세, 과체중 등이 지속되면 척추의 퇴행을 악화시켜 협착증 위험까지 높인다.
허리 디스크,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허리가 뻣뻣
척추관협착증, 퇴행성 변화 가속화되며 발현
서 있거나 걸을 때 다리 저림·통증 심화
30분마다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
걷기부터 시작해 근력 강화 운동을
특히 오랜 시간 앉은 자세를 유지하는 생활습관은 두 질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요인이다. 서거나 누울 때보다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허리를 둥글게 구부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자세도 허리를 넘어 척추 전체의 주변 근육과 인대를 약화시키고 디스크에 부담이 쌓이게 만든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피로감이나 근육통으로 오인되기 쉽다는 데 있다. 민성훈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허리 통증이 반복되거나 자세를 바꿀 때마다 불편감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근육 피로가 아닌 척추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증상이 가벼울 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치료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년층은 허리 통증의 원인이 허리 디스크인지, 아니면 척추관협착증 때문인지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간단히 비교하면 허리 디스크는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허리가 뻣뻣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으며, 척추관협착증은 서 있거나 걸을 때 다리 저림과 통증이 심했다가 앉거나 허리를 굽히면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척추관협착증은 방치했다가 심하게 악화되면 척수와 신경근이 손상되는 척수병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신명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은 초기에는 미세한 통증이나 다리 저림으로 시작해 방치하기 쉽다”며 “통증과 다리 저림이 반복된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흔히 나타나는 데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는 등 대수롭지 않게 보고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시작하면 수술 없이도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치료 방법이 수술뿐일 것이라 지레 두려워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오히려 진짜로 수술을 받아야 할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약물·물리·운동치료 등 기본적인 보존적 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한 생활습관과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 허리 디스크가 제자리에서 이탈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요추가 정상적으로 굽어진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지켜야 한다. 바닥이나 낮은 곳에 놓인 물건을 들 때 허리를 과도하게 굽히지 말고 엉덩이를 낮춰 다리의 힘으로 들어 올리는 습관이 필요하며, 척추관협착증이 있다면 아예 무거운 물건은 직접 들지 말고 부담을 덜어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계속해서 앉아 있어야 할 경우에는 30분마다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들어 근력이 떨어졌더라도 규칙적인 걷기부터 시작해 조금씩이라도 근력을 회복·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체중이 늘면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 증상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적정 수준까지 감량하고, 흡연 또한 척추 주변 조직의 퇴행을 촉진하므로 금연이 필수다.
만일 보존적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통증이 개선되지 않거나 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났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허리 디스크 치료를 위한 척추내시경수술은 1㎝ 안팎의 절개 후 특수 카메라가 부착된 내시경을 삽입해 실시간 영상으로 병변 부위를 확인하면서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근육 손상과 출혈이 적고, 전신마취 대신 부분마취로 진행할 수 있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다. 최지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내시경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고 근육 손상이 거의 없어 수술 후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빨라 일상으로의 복귀가 빠른 것이 장점”이라며 “수술 시간이 짧고 입원 기간이 보통 2~3일에 불과해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 치료 수술 역시 신경을 누르는 주변 조직을 제거해 통증을 완화하는 원리다. 요추에 시행하는 감압 수술은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후관절, 추간판을 절제하고, 필요에 따라 척추 유합술과 내고정 장치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경추 역시 변성된 부위를 제거하고 척추 안정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한다. 신명훈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은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 적절한 치료가 결합될 때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근력 저하나 척수 손상이 나타나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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