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짐칸은 불안" 외국 관광객들 KTX서 캐리어 안고 '끙끙'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객실 통로가 복잡하니 캐리어는 보관대에 두세요."
코레일에는 캐리어를 둘 곳이 부족하다는 항의가 심심찮게 들어온다.
시속 300km 안팎으로 달리는 KTX 객실 안에서 캐리어 보관 소란이 왜 벌어질까.
요즘 객실 좌석 사이 좁은 틈과 통로 등에 대형 캐리어를 테트리스 하듯 쌓아놓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넉넉한 짐칸을 두고도 '불편한 동거'를 택하는 셈이다.
그 이유는 유럽 기차 여행에서 겪은 지독한 '소매치기 트라우마'에 있다.
객실 내에서 잠시 방심한 사이 눈앞의 캐리어가 사라지는 일을 겪어 본 이들에게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가 KTX에서 남의 짐을 훔쳐 간다고 저러나' 싶겠지만, 지구 건너편에서 온 이들의 감각은 다르다.
![기사가 나간 27일 오전 부산발 서울행 KTX-1 열차에 트렁크 둘 곳이 없자, 한 승객이 트렁크를 복도 바닥에 버려둔 채 탑승한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7/yonhap/20260627115658389uvmf.jpg)
그들에게 열차 출입문 근처 짐칸은 편의시설이 아니라, 잠깐 방심하면 내 짐이 '공공재'로 변할 수 있는 아찔한 곳이다.
![복도 바닥에 버려둔 캐리어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7/yonhap/20260627105108686kbiv.jpg)
유럽 기차 여행을 해본 이들이라면 십분 공감할 터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열차에서 깜빡 조는 사이 캐리어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은 괴담이 아니다.
기자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프랑스 TGV에서 잠결에 눈을 떴는데, 한 여성이 일행의 캐리어를 들고 복도로 나가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열차는 역에 멈췄고, 그는 그대로 내려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천우신조로 그 순간 잠에서 깨지 않았다면 전체 여행 일정은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트렁크를 들고 KTX 객실을 이동하는 관광객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7/yonhap/20260627095110479hbqq.jpg)
외국인들의 지나친 불안을 탓하기에 앞서 KTX의 구조적 아쉬움을 살펴봐야 한다.
KTX의 수하물 보관대는 대부분 객실 밖 통로나 가장자리에 있어 좌석에서 짐의 안위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최근에 건조된 KTX-이음이나 KTX-청룡의 경우에는 비교적 널찍하다.
그런데 이런 신형 열차는 주로 중앙선 등에 배치됐고, 외국인이 많이 타는 경부선에는 드물다.
해법은 치안 홍보가 아닌 '안심(安心)의 설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하물 보관대를 객실 안쪽으로 배치하거나, 간단한 와이어 잠금장치만 둬도 불안은 크게 줄어든다.
수하물 보관대를 객실 내부에 배치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다. 기자는 그러나 해외 출장 갈 때 객실 가운데 설치된 수하물 보관대를 본 기억이 있다.
수하물 보관대 위치를 바꾸기 어렵다면 CCTV를 설치해 앱을 통해 자신의 수하물을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짐칸을 비추는 CCTV 화면을 앱을 통해 띄워주거나, 예매 시 '짐칸 인접 좌석' 선택 옵션을 주는 것도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이 있다. 그러면 IT와 접목한 아이디어로 'K-관광'의 선진성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 여행전문가는 "구형 KTX 객실의 일부 좌석을 없앤 뒤 캐리어 동반 전용으로 구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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