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물가도 밀어올린다...‘AI플레이션’ 현실화 조짐

이완기 기자 2026. 6. 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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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에 메모리·전력 수요 급증
애플·MS 등 IT 제품 가격 줄인상
인플레이션 상당 기간 지속 가능
워시 “장기적으론 디스인플레 요인”
AFP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새로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 등 핵심 자원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AI플레이션(AIflation)’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5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인 알파벳·아마존·메타플랫폼스·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의 올해 자본지출(CAPEX)은 총 7410억 달러(약 1140조 원)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75% 증가한 규모다.

막대한 자금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집중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는 첨단 컴퓨팅 장비는 물론 장비 과열을 막기 위한 냉각 시스템, 전력 및 광섬유 케이블, 정전 시 가동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 발전기 등이 필요하다. 컬럼비아대 경제학자인 스테인 판 니우베르흐는 현재 발표됐거나 계획된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2032년까지 관련 설비 구축에 약 8조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시 전체 부동산 시장 가치의 약 5배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 확대의 여파는 이미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실제 각종 소비자 전자제품에 두루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는 관련 기기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애플도 맥북과 아이패드 등 주력 제품 가격을 올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용 급등과 관련해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분야에서도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노동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늘면서 전기 및 배선 설치 기술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4월 전년 동기 대비 6.5% 상승했다. 이는 전체 민간 부문 근로자의 평균 임금 상승률(3.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AI 투자발(發)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관세나 국제유가 급등은 일회성 충격에 그치지만 AI 투자는 수년간 지속되는 구조적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전미기업경제협회(NABE)가 최근 발표한 경제학자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1%는 향후 1년 동안 AI 투자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다코는 “대규모 기술혁명의 초기 단계에서는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 스마트폰과 게임기 등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전기요금 역시 소비지출 비중이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에 AI가 코로나19 이후와 같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오히려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늘어난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현재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인 케빈 워시도 지난해 11월 WSJ 기고에서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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