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도, 류현진도 총출동… 멘붕의 한화 루키 대신 나섰다, 최악의 시나리오 벗어날까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올 시즌 한화에 입단해 ‘육성선수 신화’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우완 박준영(24·한화)은 25일 대전 두산전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자신이 던진 공이 상대 타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이날 3이닝 1피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던 박준영은 4회 무사 1루에서 양의지를 맞이해 초구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런데 공이 손에서 빠져 얼굴 쪽으로 날아갔고, 양의지가 공을 피할 새도 없이 얼굴 부위에 맞았다. 대형 사고를 직감한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구급차가 들어올 정도의 사태였다.
천만 다행으로 양의지는 걸어서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의식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박준영은 이른바 ‘헤드샷’ 규정에 따라 퇴장을 당했다. 박준영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기 전 두산 더그아웃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하며 미안함을 드러낸 뒤 퇴장했다. 담대하게 공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지만, 어쩌면 처음 경험해봤을 상태에 멘탈이 온전할 리는 없었다.
경기는 두산의 승리로 끝났지만, 잠실을 떠나는 한화는 분주했다. 양의지의 상태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부터 나섰다. 김 감독은 26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상대 팀에 가서 봤다”면서 “다행히 얼굴이 괜찮더라. 그 정도여서 다행이지 만약에 크게 다쳤다면 우리도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박준영도 그랬을 것인데 그 정도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투수 최선임이자 살아 있는 레전드인 류현진도 나섰다. 류현진은 박준영을 데리고 두산 더그아웃을 찾아 미안함을 전달했다. 김 감독은 “박준영이 이제 선발로 1군에서 던지는 투수이기 때문에 본인이 일단 놀랐을 것이다”면서 “류현진이 마침 또 데리고 가서 인사도 시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의도하지 않은 공이었고, 두산도 알고 있기에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박준영도 퇴장 전 사과를 했다. 그러나 신인 선수에게는 찜찜함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재차 사과를 하고 싶어도 홀로 나서기가 조금은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팀을 대표해 직접 상태를 체크하며 미안함을 드러냈고, 류현진까지 나섰다. 사과는 박준영이 했지만,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있을 선수를 대신해 감독과 류현진이 나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 셈이 됐다. 어린 선수에게는 든든했을 행동이었다.
육성 선수로 입단해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하다 5월 1군에 콜업된 박준영은 선발로 뛰면서 한화가 선발 고비를 넘기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시즌 9경기에서 32이닝을 던지며 2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4.22, 피안타율 0.214,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13을 기록 중이다.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공 끝에 힘이 있어 기대 이상의 삼진 비율을 보여주는 등 가능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양의지도 26일 경기에 정상 출전하는 등 서로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벗어났다. 다만 박준영으로서는 그 악몽을 최대한 빨리 털어내는 게 중요하다. 어린 선수가 뜨끔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 상황을 되도록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몸쪽 승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김 감독도 “여기서 저기서 한마디씩 좋은 말을 해준다고 이야기할 때도 어떨 때는 굉장히 불편할 때가 있다. 투수 코치가 일단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 “몸쪽을 던지는 것을 봐야 한다”고 다음 경기에 주목해서 볼 만한 대목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
몸에 맞는 공은 경기를 하다 보면 나오고, 타자의 몸쪽을 공략해야 할 투수로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몸쪽을 지배해야 하는 타자도 마찬가지다. 당시 상황에 대한 미안함은 마음속에 남겨둔 채, 씩씩하게 더 정교한 몸쪽 공을 던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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