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비껴간 공원 사슴들의 ‘지옥 폭염’...사각지대 동물들 [현장, 그곳&]
폭염·감염병·돌발행동 무방비 노출...“실태 파악하고 관리기준 마련해야”

“이 더위에 방치된 사슴들을 보니 안쓰러워요.”
25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공원 한쪽 그늘에 사슴 6마리가 햇빛을 피해 앉아 있었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도 않은 채 좁은 그늘 안에서 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A씨(43)는 “무더위에 동물들이 많이 지쳐 보인다”며 “더위나 추위를 피할 시설물 규정도 없는 건지, 사슴들이 불쌍해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남동구 늘솔길근린공원 양떼목장. 울타리 앞으로 모여든 어린이들이 낮은 울타리 너머로 팔을 들이밀어 먹이를 주는가 하면 양의 털을 쓰다듬었다. 위생 문제와 동물들의 돌발행동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관리인은 보이지 않았다.
인천지역 공원들의 전시동물 사육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원에도, 동물전시업에도 해당하지 않아 관리·감독 기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동물 복지에 소홀한 것은 물론, 시민들이 감염병이나 동물 돌발 행동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동물원은 10종 또는 50개체 이상의 야생동물·가축을 보유한 시설이다. 검사관 현장조사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동물전시업은 5마리 이상 전시하는 영업으로, 소독 장비를 갖추고 주기적인 지자체 점검을 받아야 한다.
반면, 공원 동물 전시장은 종·개체 수가 적어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 1개 종을 전시하는 데다, 공공기관이 영업 목적으로 동물을 기르지 않아서다.
인천에서 공원 안에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은 연수구 센트럴파크와 남동구 늘솔길근린공원 양떼목장, 중구 월미공원 등 3곳이다.
이 같은 공원 동물 전시시설은 사육 환경이나 동물들 건강 상태를 관리할 기준이 없다.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만큼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진화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선임연구원은 “현재 공원 내 전시 동물들은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며 “아이들이 다가가 만지는 행위 자체가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게다가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도 큰 만큼 공원 전시장도 동물전시업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동물 전시시설을 운영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운영 매뉴얼은 따로 없다”며 “다만 폭염에는 소금이나 물을 공급하는 등 나름의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박형준 기자 ph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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