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 좁았던 SK하이닉스, 나스닥서 '제값' 받는다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기업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평가받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대규모 자금 유입은 물론, 그간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대비 저평가받았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다음 달 10일 나스닥 시장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할 경우 현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서만 약 15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반에크 반도체(SMH)'와 '아이셰어즈 반도체(SOXX)' 등 주요 반도체 지수 ETF와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등에서 대규모 편입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장 직후 나스닥 종합지수 편입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등 핵심 반도체 지수에도 순차적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장 종목만 담을 수 있는 글로벌 초대형 패시브 펀드와 연기금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자 저변이 '체급이 다른' 글로벌 큰손들로 확대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는 이번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의 가치 평가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며, 기존 대비 20%의 프리미엄을 적용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존 2.8배에서 3.4배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는 29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무려 38%나 높여 잡았다.
HSBC는 "지난 13년간 마이크론은 미국 투자자의 높은 접근성과 주주 친화 정책 덕분에 SK하이닉스보다 평균 35%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아왔다"며, "미국 상장은 이러한 가치 평가 격차를 줄이는 핵심 촉매제"라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1위 사업자임에도 마이크론보다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받던 설움을 미국 시장 직상장을 통해 씻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주 발행(1779만 주, 총 발행 주식의 약 2.5%)에 따른 지분 희석과 수급 분산 우려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약 45조 4500억 원 규모의 신주를 해외 예탁기관에 원주로 배정하고, 이를 기초로 ADR을 발행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악재보다는 '동반 상승(시너지)'의 기회로 해석한다. 과거 뉴욕 증시에 상장한 대만 TSMC의 사례처럼, 미국 시장에서 ADR 인기가 높아져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으면 국내 원주와의 '차익 거래'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미국 ADR을 팔고 저렴한 한국 본주를 매수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주가도 밀어 올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조달 자금은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 등에 사용될 것"이라며 "AI 기술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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