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으로 페달 밟을 때, 쓸모 있음을 느껴요”
‘자전거 메신저’ 쥴 미쇼와 이해인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그간 배달된 물건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노동의 이야기는 여러 매체와 서사를 통해 알려져왔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배달’이라는 단어 너머 노동의 형태가 얼마나 다종다양한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도심 내 10킬로미터 이내에서 소규모 물품을 배송하는 자전거 서비스 ‘그리디’의 메신저인 쥴 미쇼와 이해인의 노동 역시 다양한 맥락과 갈래 속에 있다. 이들이 스스로의 직업이자 정체성으로 호명하는 ‘메신저’는 국내에서 아직은 낯선 직업으로, 자전거를 타고 배송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전령’으로도 번역되는 이 말은 19세기부터 유럽 도심을 달린 자전거 배달부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오토바이 등 내연기관차의 발달로 자전거 배달의 명맥이 끊긴 국내와 달리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메신저들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복잡한 도심을 통과하기 쉬운 자전거의 장점을 살려 소규모 배송에 특화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뉴욕, 도쿄, 베를린의 메신저들은 자체 회사와 커뮤니티를 꾸려 활동 중이며 내부의 연계 역시 끈끈하다. 오토바이 배달이 대다수인 국내에서 메신저를 찾기란 흔치 않지만, 2026년 그리디가 론칭된 뒤 이 직업을 알리려는 이들의 움직임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인 쥴 미쇼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이다. 몇해 전 한국에 이주한 그는 낮에는 메신저로 일하며, 저녁에는 글을 쓴다. 평소 밴드의 드러머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이해인 역시 낮에는 메신저로, 밤에는 창작자로 근무한다.
배달 노동자로서 그들의 가장 독특한 점은 역시 모든 배달을 자전거로만 이행한다는 점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전기로 움직이는 수많은 탈것이 있는 시대에 여전히 두 발로 페달을 밟아 이동하길 고집하는 두 노동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둘의 배달이 끝난 수요일 오후, 그들과 마주 앉아 각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몬트리올에서 모은 돈을 가지고 한국에 왔어요. 여기선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할 생각이었죠. 모은 돈이 떨어져 가니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고, 캐나다에서 했던 메신저 일을 해보려 했어요.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플랫폼이 마땅치 않았어요. 특히 카카오 퀵은 외국인의 경우 한국인처럼 취업이 자유로운 비자(결혼 비자, 워킹홀리데이, 영주권 등)를 가지고 있어도 라이더 등록을 할 수 없어요. 고객센터에 물어봐도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외국인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었고요. 그러다가 제가 원래 에스엔에스(SNS)로 알던 김의호씨가 한국에서 메신저 서비스 ‘긱쿠리어’(‘그리디’의 전신)를 만들려는 걸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고, 당일 바로 청계천 근처 카페에서 만났어요. 이튿날부터 메신저로 일하게 됐죠.”
쥴은 현재 한국에서 자전거의 이동권을 독려하고자 시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로 만드는 자전거 행진, ‘크리티컬 매스’를 적극적으로 이어가는 사람 중 한명이기도 하다. 캐나다에서부터 자전거 메신저로 활동했다는 쥴과 달리, 자전거 배달이 그리 보편적이지 않은 국내에서 메신저에 관심을 갖게 된 해인의 이야기를 이어 들어보았다.
“몇해 전에는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했어요. 배달업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했다기보다 (당시에는) 오토바이 자체에 관심이 커서 시작한 일에 가까웠죠. 오토바이를 그냥 어딘가에 가기 위해 타기보다 이걸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 봐야겠다’ ‘일거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일을 지속하다 보니 차츰 배달을 더 즐겁게 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메신저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죠. 그때부턴 픽시 자전거에 관심이 생겼고요. 나중에 자전거 행진인 크리티컬 매스에서 긱쿠리어를 운영하던 김의호 대표가 새로운 메신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고, 바로 찾아가서 저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각자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한 두 사람은 매일 아침 종로구 또는 중구에 모여 배달할 물건을 찾는다. 어디서 출발하는지에 따라 배달할 물건도 다양하다. 을지로에서는 인쇄물, 종로에서는 액세서리, 동대문 부근에서는 의류 배달이 가장 많다. 퀵을 부른 고객들은 처음 자전거를 타고 온 이들을 보고 종종 당황하는 반응을 보인다. 쥴의 말마따나 “거의 본 적 없는” 배달 노동자의 형상이기 때문일 테다.

“외국인이라서 그렇게 보는 걸 수도 있지만, 일단은 ‘너 누구야?’ 또는 ‘왜 자전거야?’라고 묻는 것 같은 시선을 많이 느껴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에게 자전거 메신저라는 직업은 애초에 옵션에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평소 저는 직업을 소개할 때, 자전거라도 느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게 ‘퀵서비스’라고 자주 말해요. 제게는 친환경적인 직업이란 점도 중요하지만, 퀵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일단 ‘빠르다’는 점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실제로 혼잡한 도심에서는 자전거가 정말 빨라요. 자동차는 못 가는 좁은 골목이나 틈새로 더 자유롭게, 작은 몸집을 이용해서 달릴 수 있죠. 한번은 퇴근 시간대, 그러니까 대여섯시에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중랑구까지 배송한 적이 있어요. 그때 교통체증으로 도로가 꽉 막혀 있었는데, 움직이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어요. 좁은 도로로 유일하게 달릴 수 있으니까 가장 빨랐던 거죠.”
하루 평균 30~40킬로미터, 많게는 80킬로미터까지 달린다는 쥴과 해인은 자신들의 몸으로 직접 움직이는 거리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어느 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든 자부심은 필요하지만, 그들의 자부심에는 돋보이는 지점이 있다. 그들이 재차 강조하고 또 중요시하는 가치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이동하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도쿄처럼 메신저 커뮤니티가 활발한 구역의 데이터를 보면 10킬로미터 거리 내 이동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해요. 이 일을 하다 보면 계속 오토바이나 차로 배달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봐주시는 분들을 만나요. 그런데 전기 자전거랑 비교하거나 오토바이랑 비교해 봐도, 저는 자전거로 이동할 때 저 자신이 가장 ‘쓸모 있다’고 느끼거든요. 따로 기기를 충전하거나 외부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고, 오로지 제힘을 써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요. 그리고 자전거를 타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자전거를 타며 도로를 느끼고, 도심을 볼 수 있고. (자전거의) 속도에 따라 내가 멀리 볼 수도 가까이 볼 수도 있는 지점들이 생겨요.”
해인의 말에 옆자리에 앉은 쥴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힘을 쓰는 게 좋고, 직접 도시를 경험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물론 순수한 신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만큼 친환경적인 장점 역시 제외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들이 소속된 그리디 역시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인 서비스임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의 도심을 가로지르면서도 소음과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메신저 배송이 갖는 특징이자 장점이다.
“가끔 도로에서 승용차와 함께 달리다 보면 기분이 이상할 때가 있어요. 소수의 사람만 쓰는 승용차가 이만큼 많은 자원을 사용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달려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게 돼요.”(쥴)
“차로는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이동할 때 너무 많은 연료와 메커니즘이 필요하잖아요. 같은 거리더라도 자전거로 이동하면 훨씬 더 성취감이 들어요. 그래서 사실 왜 저더러 ‘더 편리한 교통수단을 사용하지 않냐’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워요. 사실 합리성과 편의성이 지금 제게 제일 중요한 건 아니니까.”(해인)
두 사람이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최근 노동에 관한 대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속도와 편의가 업무의 기본적인 요건으로 다뤄지는 현재, 인공지능을 통해 인력을 가급적 절약하려는 오늘날, 자신만의 힘을 사용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과 거기서 느끼는 ‘쓸모’의 감각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이 감각이야말로 직업의 핵심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동료의 정의가 ‘공동체’의 감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눈여겨볼 점이다. 현재 국내 메신저 커뮤니티는 극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업무 특성상 각자 홀로 일하는 구조인 만큼, 종로나 동대문 부근에서 자전거를 달리다가 만나는, 몇 안 되는 동료의 존재는 특히 더 반갑고 소중하다. 동료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해외의 메신저 커뮤니티들이 직업 집단을 넘어 문화 공동체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전거 운행이라는 특정한 수단과 행위의 공유 속에서 ‘노동’의 가치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새로운 동료가 생긴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냐는 물음에 쥴과 해인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자전거 타는 일 자체를 정말 좋아해야 해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걸로 돈까지 벌 수 있고, 그걸로 충분하면 행복할 수 있죠.”
물론 태도만으로 메신저라는 직업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탄소 중립 정책에서 자전거는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논의되지만, 자전거 도로 등의 인프라와 자전거 교통법에 관한 대중적인 인식은 아직 미비하다. 자전거가 ‘노동’의 수단이 될 수 있음에 관한 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남김도 없이, 제힘으로 움직이는 노동의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건들이 계속하여 발전해야 한다.
고민들이 계속되는 중에도 메신저들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인다. 도심의 틈새를 뚫고, 매일 다르게 배정되는 물건을 이리 나르고 저리로 나른다. 그들의 속도는 쥴과 해인이 여러번 자신했듯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함윤이 작가
함윤이 작가 l 소설을 쓴다.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 장편소설 ‘정전’ 등을 썼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문학동네 소설상 등을 수상했다. 월급 사실주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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