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환자 10명 중 8명이 여자인 진짜 이유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국갑상선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갑상선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5~8배 높다. 미국 여성 8명 중 1명은 생애 어느 시기에 갑상선 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통계 역시 전체 갑상선 환자의 80%가 여성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암 등 주요 갑상선 질환에서도 여성 환자가 70~83%를 차지한다.
갑상선 질환은 왜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의 면역반응이 남성보다 더 예민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생리적으로 남성보다 바이러스와 균, 독소에 더 강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다. 여성의 X염색체는 남성의 Y염색체보다 사이즈가 훨씬 크다. 그만큼 Y염색체보다 16~18배에 이르는 800~90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 중에는 면역계를 조절하는 유전자와 면역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많아서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다양하고 예민한 면역반응을 보인다. 또한 유전자가 많은 만큼 다음 세대로 내려가면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도 높아, 면역계 이상을 갖고 태어나는 여성의 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여성의 자가면역질환 발병률이 남성의 2~5배에 이르는 이유는 여성에게 이러한 X염색체가 2개나 있기 때문이다.
성호르몬 분비의 차이도 여성의 자가면역질환 발병률을 높인다. 갑상선 질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폐경 전후인 40~50대에 대폭 증가한다. 20대에 피크를 찍은 후 서서히 감소하는 남성호르몬과 달리, 여성호르몬은 폐경을 앞두고 곤두박질치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다른 여러 호르몬이 영향을 받아 갑상선 기능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갑상선암은 우리나라가 전세계 1위일 정도로 발병률이 높고 80% 이상이 여성환자다. 유방암과 함께 우리나라 여성 암의 1, 2위를 다투는 것이 갑상선암이다. 이 역시 폐경 전후로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다만 갑상선암과 여성호르몬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보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거나 폐경 전후로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갑상선암 발병률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는다. 성호르몬 하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에 유전, 면역기능 이상, 가족력, 기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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