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선박에 드론 공격… 트럼프 “휴전 위반”, 미군은 공습
종전 MOU엔 ‘모든 군사 작전 종료’ 명시
이스라엘·레바논, 美중재로 휴전 협정 체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공격용 드론을 발사한 것에 대해 “그들이 발포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는 “이란이 최소 4대의 일방향 공격용 드론을 발사했다”며 이를 ‘명백히 어리석은 휴전(休戰) 합의 위반’이라 규정했지만,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휴전이 여전히 유효할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휴전 위반에 대한 제재 여부를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이란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인 ‘에버러블리’를 공격했다. 일부 파손이 발생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드론 중 1대는 매우 고가의 화물선을 정통으로 타격해 상부 갑판에 명중했다”며 “피해가 발생했지만, 선박은 항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나머지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체결한 종전(終戰) 양해각서(MOU)를 보면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한다’고 돼 있다. 트럼프는 이란의 공격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그들은 좀 다르다”며 “지난 47년 동안 어떤 대통령도 우리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이 나온 직후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상업용 선박을 대상으로 한 이란군의 부당한 공격은 휴전 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25일 발생한 공격에 대한 강력 대응 조치로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중요한 국제 무역 통로를 통해 무역, 물류가 점점 더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이란의 위험한 행위가 항행(航行)의 자유를 훼손했다”며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안전한 통행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양국 합의가 모든 측면에서 준수되고 이행되며 완전한 효력을 발휘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이란의 책임을 거듭 부각했다. J 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은 휴전 합의에 서명했고 우리는 이를 준수해 왔다”며 “이견이 있다면 전화로 해결하면 되지만,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군의 공습을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하며 중동 내 미군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구실 삼아 이란 영토를 공격했다”며 “침략에는 단호히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의 에브라힘 아지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도 “미국이 또다시 협상 도중 이란을 공격했다”며 “향후 합의 위반이 반복될 경우 더 광범위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에 정식 서명한 지 불과 9일 만에 발생한 첫 대규모 무력 충돌이다. 양측은 서로 상대가 먼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핵 협상과 대(對)이란 제재 완화 등을 둘러싼 후속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으로 확전하는 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장기화·피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고, 이란 역시 종전 MOU를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만큼 합의 자체를 깨고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무부의 중재 아래 지난 4월부터 협상을 벌여 온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26일 워싱턴 DC에서 휴전을 위한 기본 협정에 합의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중재와 지원 아래 지속적인 평화·안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번 협정이 “레바논의 주권을 회복하고, (친이란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 무장을 해제하며, 테러 인프라를 해체하고,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위협이 제거되면 이스라엘이 국경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마련한다”고 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상황을 문제 삼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이번 합의의 일환으로 남부 레나티강 인근 두 지역에서는 철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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