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바다인데 철책뿐”…강화대교 남단 ‘철조망 걷어내자’ [현장, 그곳&]

조향래 기자 2026. 6. 2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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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철책에 가로막힌 서해 바다...주민·관광객, 먼발치서 바라볼 뿐
접경지 규제완화, 체류형 관광 기대...강화군수 “철책 철거, 관광도시 전환점”
강화대교 아래에서 한 주민이 철책선이 가로막고 있는 강화해협(염하)을 가리키고 있다. 조향래기자


“바다가 바로 앞인데,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어요.”

22일 오후 1시께 인천 강화군 강화대교 남단. 갑곶돈대에서 강화전쟁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해안가에는 녹색 철책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철조망 사이로 서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주민이나 관광객들은 발길을 멈춘 채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갈매기는 낮게 날지만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바다는 철책 너머에 갇혀 있다.

가족과 함께 강화를 찾았다는 관광객 김모씨(43)는 “강화도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철조망이라 조금 낯설었다”며 “해안을 개방해 산책로를 만들면 훨씬 아름다운 관광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방부가 접경지역 규제 완화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강화대교 남단 철책선 철거가 변화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강화군 등에 따르면 군은 강화대교 남단 0.8㎞ 구간에 걸쳐 철책선을 설치했다. 냉전시대 안보 환경 속에서 설치했지만 이곳은 강화군 최북단 해안처럼 북한과 직접 마주한 지역이 아닌 데다, 강화해협 건너편 역시 김포시 해안지역이어서 안보상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시대가 달라졌다. 과거처럼 병력과 철책에만 의존하던 경계체계에서 벗어나 첨단 감시장비와 CCTV, 열영상 장비 등 과학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철책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예전만큼 크지 않아서다.

강화군 주민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당연하게 여겨 온 이 풍경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민들은 “바다를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안을 개방하면 산책로와 자전거길, 친수공간 조성 등이 가능해지고, 관광객 체류시간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봉식 한국자유총연맹 인천강화군지회장은 “철책이 없어지면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 생기고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첨단 경계체계를 활용하면 안보와 지역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용철 강화군수는 “분단과 경계의 상징이었던 철조망을 걷어내고 열린 해안 공간을 주민과 관광객에게 돌려주는 것은 강화군이 평화와 역사, 생태가 공존하는 관광도시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향래 기자 joen0406@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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