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왜, 캐디에겐 ‘고통분담금’이 없을까

김인오 2026. 6. 27. 05: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강원도 A골프장을 갔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시즌만큼 내장객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캐디피가 얼마냐"는 질문에 "1만 원 내렸다. 그래서 16만 원이다"라고 했다. 귀를 의심했다. 1만 원이 내렸으면 14만 원 아닐까 싶어 다시 한 번 확인했더니 분명하게 16만 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17만 원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동안 소위 황제 회원권 골프장들이 17만 원을 받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퍼블릭 골프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A골프장이 17만 원을 받아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부분 골프장들도 받고 있는 캐디피 15만 원도 결국 4만 원씩 4명으로 계산하면 16만 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17만 원 받는 곳은 나중에 20만 원이 되어가는 이상한 셈법까지 만들어낸다.

그리고 캐디에게 "요즘 손님이 많냐"는 질문을 하자 "예전보다 20%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비시즌이어서 골퍼가 줄어든 것이겠지만, 높은 캐디피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그러자 함께 온 지인이 볼멘소리로 말을 건넨다.

"아니, 뭐 인심 쓰듯이 1만 원 내려 16만 원이라는 게 참 싸졌다고 말하는 건지, 원!"

쓴웃음이 나왔다. 지인의 말처럼 캐디피의 정당한 가치를 왜 골프장에서 일방적으로 정하고 통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디 그뿐인가. 언제부터인가 '버디'를 하면 1만 원, '이글'을 하면 3만~5만 원을 주고, 홀인원을 하면 적어도 50만 원을 줘야 한다는 것이 마치 골프 룰처럼 통용되고 있다. 버디피를 안 주면 마치 몰상식한 사람이 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솔직히 골퍼들은 요즘 골프 한 번 치려면 등골이 빠진다. 골프는 치고 싶은데 비용이 너무 비싸서 세네 번 칠 것을 한두 번으로 줄인다. 아무리 싸게 친다고 해도 1회 최소 비용이 30만 원 정도 든다. 당연히 2024년부터 연간 내장객이 5% 이상 줄고 있다. 제주도와 지방으로 국한한다면 15% 이상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골프장은 IMF 외환위기와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 때 정도를 제외하면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은 사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내장객이 빠지면서 폭서기와 혹한기에 대비한 다양한 마케팅과 이용요금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린피를 내리고, 식사를 서비스하며, 따뜻한 커피나 냉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골퍼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데 정말 딱 한 곳은 골프장 불황이 와도 '고통을 분담'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캐디들이다. 필자는 항상 캐디 편에서 글을 쓰고, 또 발제를 통해 캐디를 대변해 왔다. 하지만 사실 캐디들도 이제는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통분담(苦痛分擔)은 말 그대로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어떤 어려움이나 손해를 한쪽만 떠안지 않고 여러 당사자가 나누어 감수하는 것을 말한다. 캐디 스스로가 혹서기나 혹한기 때 자발적으로 캐디 비용을 할인해 준다면, 오히려 골퍼들은 더 많은 내장으로 보답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붕어빵 하나가 전해준 감동 스토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붕어빵 3개에 1,000원, 1개에 200원에 파는 곳이 있었다. 이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200원짜리를 300원 받는다고 욕했다. 하지만 매일 그 시간에 오시는 할머니가 200원에 붕어빵 하나를 사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매일 200원으로 붕어빵 하나만 살 돈밖에 없던 할머니를 위한 가격이었던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사람이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눈도 아니고, 지성도 아니거니와 오직 마음뿐이다"라고 했다. 조삼모사식 장사는 금방 속이 들여다보인다. 진정 마음을 헤아리고 묵묵히 행동할 때 고객은 감동한다.

지금 골프계는 예전만 못하며, 위기라고 자평한다. 그렇다면 말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해야 한다. 정말 힘들다면 골프장, 캐디, 그리고 골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그것이 늘 골퍼의 몫은 아니다.

글, 이종현 시인.

Copyright © MH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