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반도체 물 부족 대책 있나… 호남 농업용 저수지서 끌어올 판

박상현 기자 2026. 6. 27.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량 적은 강 대신 농업용수 공급
“농사 지을 물도 없다” 반발 거셀듯
대청댐·해수담수화 활용까지 검토
수질 안 좋아 반도체 불량 가능성
정부는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용 저수지 물을 끌어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담양군뿐만 아니라 광주, 장성, 함평 등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담양호 전경. /김영근 기자

정부가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 예상되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용 저수지’를 용도 변경해 물 공급망을 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정적 물 공급이 어려운 영산강·섬진강을 대신해 저수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물은 전력, 인재와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3요소로 꼽힌다. 반도체 산업은 ‘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농업용수를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물 공급망 안(案)을 추진 중이다. 현재 호남엔 크고 작은 농업용 저수지가 총 5407개 있다. 물이 다 찼을 때를 기준으론 총 11억200만t 규모다. 이 중 광주·전남(총 3206개·약 7억2000만t)의 농업용 저수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광주·전남이 첨단 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배경 중엔 물 부족 문제가 있었다. 광주·전남의 젖줄인 영산강(유역 면적 3455㎢)과 섬진강(4911㎢)은 한강(2만6219㎢), 낙동강(2만3384㎢)과 비교해 절대 수량 자체가 적다.

그래픽=백형선

이 때문에 초기엔 대전과 충북 청주에 걸쳐 있는 대청댐의 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후부 안팎에선 광주까지 관로 길이만 170㎞에 달하고 펌프 설비 등 막대한 건설 비용이 드는 데다, 충청권과 물을 둘러싼 지역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추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반면 농업용 저수지를 통한 물 공급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황이다. 전남의 ‘4대호(湖)’로 불리는 장성호·나주호·담양호·광주호에만 총 3억t 정도의 물이 있다. 이런 농업용 저수지를 위치와 규모에 따라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주력 수원과 보조 수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가뭄 위험도 잦아진 만큼 농업용수를 뺏기게 되는 농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수질도 문제다. 특히 강 하구를 둑으로 막아 조성한 ‘담수호’에는 ‘우레아’(요소) 농도가 높다. 우레아는 일반적인 물을 반도체 공정에 쓰는 ‘초순수’(수소·산소만 남기고 모든 물질을 제거한 순수한 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잘 걸러지지 않고, 고온에서 암모니아 가스를 발생시켜 반도체 웨이퍼와 장비를 망가뜨린다.

‘해수담수화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바닷물에서 염분 등을 빼 민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보론’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보론 역시 초순수 필터를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론이 웨이퍼에 박히면 회로 불량을 야기해 수율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영산강·섬진강 수계엔 댐을 추가로 지을 만한 입지도 마땅치 않다”며 “결국 농업용 저수지를 용도 변경해 쓰는 일종의 ‘물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