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의 하반기 시험대…기술주를 흔드는 건 '가격'[천조국 리포트]

염현석 기자 2026. 6. 2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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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IPO 연기설은 방아쇠, 본질은 밸류에이션 재평가
지푸AI(Z.ai)·딥시크발 저가 모델, AI 가격 경쟁 압박
다우는 최고치, 나스닥은 급락…로테이션 장세 확대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상반기 미국 증시를 이끌었던 기술주 랠리가 하반기 시험대에 올랐다. 인공지능(AI) 수요 자체보다 AI 서비스의 가격, 수익성,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주 매도의 표면적 계기는 오픈AI의 기업공개(IPO) 연기 검토 보도였다. 그러나 월가가 더 주목하는 변수는 저가 AI 모델의 확산이다. 고가 AI 모델과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에 기반한 기술주 랠리의 전제가 재평가되고 있다.

◆상장 지연설이 건드린 인프라 투자 논리
뉴욕타임스는 오픈AI가 스페이스X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과 AI 관련주의 변동성을 이유로 IPO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 이후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주에는 매물이 집중됐다.

JP모건 트레이더들은 오픈AI IPO 지연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프라 지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바이털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는 오픈AI IPO 지연이 인프라 지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기술주 상승의 핵심 근거였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반도체, 메모리, 전력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기업의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됐다. 실제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최근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네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다음 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증가를 예상했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 호재만 반영하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이후 급등했지만 기술주 매도 속에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 AMD와 인텔도 약세를 보였고, 오라클 역시 최근 낙폭이 확대됐다. AI 인프라 수요가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시장은 투자 비용과 밸류에이션 부담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기업 고객이 비싼 AI에 계속 돈을 낼지 의문
더 큰 변수는 저가 AI 모델이다. 옛 지푸AI로 알려진 홍콩 상장사 Z.ai가 공개한 GLM5.2 모델은 미국 최첨단 AI 모델의 가격 체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우드는 이 모델이 기업용 시장에서 앤스로픽과 거의 같은 경쟁력을 보이면서 토큰당 비용은 4분의 1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최근 흐름을 "또 다른 딥시크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 트레이더들도 지푸AI의 새 모델이 "매우 인상적인 코딩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가 더 싼 모델로 이동하는 것은 AI 수요 둔화가 아니라 AI에 지불할 의향이 재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문제는 기업들의 AI 예산에서 이미 중요한 변수다. AI 사용량이 늘수록 토큰 비용 부담도 커진다. 일부 기업은 최근 AI 지출을 줄이거나 예산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픈AI와 앤스로픽 간 가격 경쟁이 상장 전 기업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는 보고서에서 중국 딥시크의 V4-Pro가 일상 업무의 대부분에서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 5와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비용은 크게 낮다고 분석했다. 저가 모델이 충분한 성능을 제공할 경우, 고가 AI 모델과 인프라 기업에 집중됐던 투자 논리는 약해질 수 있다.

◆기술주 쏠림 완화, 하반기 차별화로 이어질 가능성
기술주 약세는 시장 전반의 로테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권까지 올랐지만, 나스닥100은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 QQQ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며 기술주 쏠림 완화 흐름을 반영했다.

S&P500도 기술주 비중 부담을 피하지 못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등 대형 기술주의 조정이 지수 흐름을 눌렀다. 반면 다우는 산업재와 경기민감주 중심의 순환매 속에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옵션시장도 변동성 확대를 반영하고 있다. 나스닥100 ETF인 QQQ의 내재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술주 조정이 하루짜리 매도보다 분기 말 포지션 재조정과 맞물려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하반기 기술주 내부의 차별화 가능성을 키운다. AI 수요가 유지되더라도 고가 모델과 대규모 설비투자에 의존하는 기업은 밸류에이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현금흐름과 비용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차별화될 수 있다.

줄리아 허먼 뉴욕라이프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시장은 확신을 시험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며 "반도체와 메모리칩 중심의 시장 주도주는 지난 몇 년간 매그니피센트7보다 구조적으로 더 변동성이 큰 기술주"라고 설명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