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최 각본 위 탈북자 된 김민하 '하나코리아'의 현실과 진심(종합)

'이민자'를 거쳐 '탈북자'의 삶을 들여다봤다. 여전한 분단 국가인 '코리아'라는 나라의 특성상 북한은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이자 배경이다. 장르적 활용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지겹고 익숙하면 익숙했지 낯설지는 않은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를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는건 좀 다르지 않을까. 덴마크 감독이 주목한 탈북 여성은 그래서 의미있는 특수성을 더한다.
영화 '하나 코리아'는 한국·덴마크 제작진과 함께 5년 여의 시간을 들여 30여 명의 탈북민을 만나 인터뷰를 한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이 실화 모티브를 북유럽 스타일로 담아낸 작품이다.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를 함께 치른 통역가 샤론 최가 각본가 최성재로 공동 집필에 참여해 일찍이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실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 받았다.
다만 그들에게는 영원히 흥미롭게 다가갈법한 서사가 국내 관객들의 관심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친코' 김민하, '오징어게임' 김주령, '옥자' 안서현을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게 만든 캐스팅은 대단하다. 26일 국내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엄청난 특권이었다"며 흡족해 했고, 최성재 각본가는 "매체에서 종종 다뤄지는 자극적 스펙타클이 아닌, 탈북민이라는 한 인물의 이야기로 깊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나 코리아'는 낯선 삶 속에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려는 탈북 여성 혜선의 여정을 담은 실화 모티브 아트버스터 영화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지난 2010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첫 날 만난 두 남성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후 분단이 개인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에 흥미를 느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며 "그러다 한 인물의 삶의 여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연출 포인트에 대해서는 "저는 인물이 도착한 곳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하려 했다. 저 스스로도 거대한 서울에서 혜선이 느꼈을 외로운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고자 일부러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헀다. 혜선이 변화를 겪어가는 과정을 거친 대사보다는 침묵을 통해 그리고자 했고, 한국과 덴마크의 협업이지만 철저히 한국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도 초반에는 고정된 앵글을 유지하다가, 정착 이후에는 유영하듯 흐르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은 도시를 남한으로, 자연을 북한과 혜선의 고향으로 상징화했다. 음악도 고립에서 희망으로, 인물의 변화하는 정서를 대변할 수 있게 배치했다"면서 "제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의미 있을 것이라는 지점이었다. 또한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 대해, 그 대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과 협업한 최성재 각본가는 "탈북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이들은 한국에 정착하고 5년 정도가 지났을 때 더 힘들다고 하더라. 우리는 보통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건의 고충 등을 떠올리는데 아니었다"며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의 이별에 따른 그리움과 죄책감, 남한 사회에서 교류하지 못하는 외로움과 고립, 단절 등 정서적 어려움을 더 깊게 다뤄보고자 했다. 뜻깊은 작업이었다"고 첨언했다.

이번 영화에서 김민하는 탈북 여성 혜선으로 분해 작품 서사 전반을 이끈다. 때로는 무너질 듯 위태롭고, 때로는 누구보다 강인한 혜선의 복합적인 감정을 밀도 높게 그려낸 김민하는 낯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려는 여성의 고단한 현실과 희망을 섬세하게 표현, '파친코' 등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을 내비치며 대단한 호연을 펼쳤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 아주 소중하게 다뤄야한다 생각했다"는 김민하는 "우리는 상상도 못할 인생을 겪은 인물이 어떻게 남한에 도착해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지,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동화되어 가는지 그 과정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특히 극 안팎에서 김주령 안서현 배우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여성 셋이 이끄는 이야기라 배우들끼리 말하지 않아도 공감하고 통하는 지점이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저는 양간도 사투리를 배웠는데, 선생님의 말투를 녹음해 두고 이동할 때마다 계속 들었고,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으며 연기했다. 후시녹음도 세밀하게 수정했다. 탈북민 관련 다큐, 인터뷰도 많이 찾아봤다"며 "외국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 '영화 만드는 일은 언어와 문화가 중요하지 않구나'라는 것을 더 느끼게 된다. 지지고 볶기도 했지만, 행복하고 따뜻한 작업이었다. 크고 화려한 작품은 아니지만, 마음 속 작은 울림이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주령은 아들을 남겨둔 채 먼저 한국으로 넘어와 하나원에서 처음 만난 혜선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숙희를 연기했다. 숙희는 낯선 사회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연대와 따뜻한 온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안서현은 혜선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친구 보미 역을 맡아 한국의 자유를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김주령은 "숙희는 깊은 아픔을 가진 인물이고, 그 상처를 극복한 것도 아니지만, 버티고 살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미리 배운 캐릭터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겉으로 어떤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삭히는 것에 집중하면서 다른 인물을 보는 시선을 더 표현하려 했다"며 "저는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쉽다는 평안도 사투리를 써 다행이었다. 옛날 서울 사투리와 비슷하다더라. 나름 열심히 했는데, 김민하 안서현 배우보다는 훨씬 쉬웠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과 작업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촬영일 아침마다 장면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음악을 메시지로 보내주셨다. 항상 음악을 들으며 현장에 갔다. 이제와 말씀 드리지만 정말 난해했다"며 "특별한 선율이 없는 음악이었다. 그래서 더 듣게 되기는 했지만 솔직히 끝까지, 지금도 그 의미를 명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듣게 되는 마력이 있는 음악이었고, 신도 곱씹게 됐다. 음악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집중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안서현은 "보미가 나온 장면들은 긴 호흡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때 그때 다른 모습과 순간의 감정에 따라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면서 작품에 쉼을 준다. 저도 그 점을 염두하며 연기했다"며 "보미는 중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살았다는 설정이 있어 중국어가 더 편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중국 분들 억양을 사용하면서 양강도 사투리를 쓰는 발음을 동시에 연습하고 공부했다. 의도적으로 특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 걸음 밖에서 두 걸음 깊이있게 접근한 탈북자들의 현실과 여성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 코리아'는 작지만 소중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전망이다. 러닝타임은 105분. 내달 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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