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해 피살 은폐’ 2심 재판부 “검찰, 왜 해경에 대해서만 항소했나”

검찰의 상고 포기로 지난 24일 무죄가 확정된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과 관련해, 2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검찰의 ‘반쪽 항소’의 모순점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소각된 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2022년 12월 박지원(현 국회의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5명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5명 모두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자 검찰은 지난 1월 ‘자진 월북’ 발표를 주도한 서훈·김홍희 두 사람의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이에 따라 박지원·서욱·노은채 등 나머지 세 사람은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비판 여론을 의식해 형식적인 항소를 했다” “사실상 항소를 포기했다” “반쪽 항소, 꼼수 항소”라는 비판이 나왔다.
본지가 26일 입수한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의 서훈·김홍희 두 사람의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당시 해경의 발표에 대해 “해경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합동참모본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방부, 국정원 등 관련 부처들 간 일치된 언론 대응(One-Voice)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해경 발표 내용이 허위라면 나머지 관련 공문서들 역시 허위로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검사가 해경 발표에 대해서만 항소를 제기하는 바람에 합참보고서 등을 작성한 다른 관련자들의 혐의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런 점에서 검사의 항소는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사건 당시 안보라인 주요 인사들이 모두 관련돼 있는데 검찰이 해경 보고서만 문제삼아 항소한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의 앞뒤가 맞지 않는 항소 논리를 기각 사유 중 하나로 판결문에 적시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항소를 잘못했으니까 무죄를 줄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 아니냐”고 했다. 검찰이 정치권의 항소 포기 압박과 검찰 내부 반발 사이에서 꼼수 항소를 했다는 비판을 재판부가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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